실시간
뉴스

인터넷

[플랫폼 수난시대] 정치권 공공의적은 플랫폼? 대기 중인 규제법만 수두룩

지난해 10월19일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간담회에서 남궁훈 카카오 비상대책위원회 재발방지대책 소위원장(왼쪽)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직접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지난해 10월19일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간담회에서 남궁훈 카카오 비상대책위원회 재발방지대책 소위원장(왼쪽)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직접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올해 상반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하반기에도 어김없이 정치권이 겨냥할 공공의적은 ‘플랫폼’이라는 우려가 업계에 파다하다. 정부가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와 데이터센터에 통신사·방송사 수준 의무를 부여하는 이른바 ‘카카오먹통방지법’이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또 다른 플랫폼 규제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온라인 플랫폼 관련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7개다. 이들 법안에 붙은 명칭과 내용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모두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온플법)’을 가리키고 있다.

온플법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한 중개 거래 행위를 규제하고 독과점 폐해를 예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지난 정부에서 입법을 추진했으나 업계 반발로 끝내 좌초됐다. 온플법이 말하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온플법이 실제 법제화될 경우, 국내 플랫폼 기업 혁신 시도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은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도 이루기 힘들어진다고 예측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남용과 경쟁 제한을 법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갑을 관계는 자율규제로 개선하되, 자사 우대 등 경쟁 제한 문제는 별도 법률 제정이나 개정을 추진한다는 태도다. 공정위는 지난 1월부터 경제학, 법학 등이 모인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정거래법 외에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지 등을 논의해 왔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보다는 자율규제 원칙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기대감을 자아냈던 플랫폼 친화적인 기조가 순식간에 뒤집힌 것은 지난해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대규모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가 발생하면서부터다.

당시 카카오뿐만 아니라 네이버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들이 장기간 장애를 일으키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극에 달했다. 특히 이번 먹통 사태에서 플랫폼 독과점 구조가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애초 윤 대통령 공약과는 정반대 움직임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 이익을 위해 당연히 국가가 제도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지난 3월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강화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지난 3월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강화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도 가세해 플랫폼업계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바로 카카오먹통방지법으로 묶이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하 방발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제2의 카카오 먹통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통신사·방송사에 한정됐던 재난관리 의무를 플랫폼 사업자와 데이터센터 등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의무 조항을 어겼을 때 규제 수위가 높아 핵심으로 꼽히는 방발법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부가통신서비스 사업자 7~8곳, 전력 공급량이 40메가와트(MW) 이상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10곳 내외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가 하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온라인 플랫폼 간판이라 할 수 있는 포털 플랫폼에 대한 압박도 점점 더 촘촘해지는 모습이다. 얼마 전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공개한 이슈 추천 서비스인 ‘트렌드토픽’과 ‘투데이버블’이 실시간 검색어(이하 실검)와 유사하다는 지적에 휩싸인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과거 여론 조작 우려로 폐지된 실검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 공격에 양사는 황급히 ‘실검과 완전히 다르다’고 부인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윤두현 의원(국민의힘)은 포털 뉴스를 언론 범위에 포함해 현행법에서 규정하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최근 여당은 포털 내 뉴스가 편향적으로 유통된다며 포털 규제 법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 적용 대상에서는 포털 뉴스를 제외했지만, 포털 뉴스 사업자인 플랫폼이 언론사 범주에 포함되면 향후 문제 발생 때 포털이 짊어져야 할 책임도 더 커지게 된다.

이와 관련 인기협은 “과도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국내 인터넷 산업을 위축시키며, 자국 플랫폼 기업 힘이 약해지면 미국, 중국 등 플랫폼 기업이 빈자리를 차지해 결국 국가 경제 성장률은 저하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