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울상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데이터센터, 정보기술(IT) 기기 등 전방산업 수요가 부진한 탓이다. 메모리 1~2위인 양사는 나란히 적자 전환하면서 업계 내 충격이 컸다.
16일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사업부와 SK하이닉스에 따르면 1분기 말 재고자산은 각각 31조9481억원, 17조1822억원을 기록했다. 양사 반도체 재고가 49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삼성전자 DS 부문의 경우 작년 말(29조576억원)대비 9.9% 늘었다. 시스템반도체 물량도 포함된 것이지만 대부분 메모리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15조6647억원)대비 9.7% 확대됐다. 전년동기(10조3926억원)와 비교해서는 65.3% 급등한 수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서버, 스마트폰 등 전 응용처에서 고객 재고조정이 이뤄졌고 이는 메모리 구매 축소로 이어졌다”며 “2분기까지는 암울한 분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는 영업손실을 냈다. 각각 4조5800억원, 3조4023억원 마이너스로 도합 8조원에 가까운 적자다.
이 기간 메모리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가 발표한 4월 PC용 D램 범용제품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8기가비트(Gb) 1G*8 제품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1.45달러다. 전월대비 19.89% 감소했다. 전년동월(3.41달러)과 비교하면 57.5%나 빠졌다.
앞서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이 감산에 돌입했음에도 가격 하락세가 계속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공급사들이 생산량을 줄였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재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가격이 약 20%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꾸준히 하향 중이다. 4월 말 메모리카드용 낸드 범용제품 128Gb 16G*8 멀티레벨셀(MLC) 제품 고정거래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6월(3.01%)부터 7월(3.75%), 8월(1.67%), 9월(2.55%), 10월(3.73%), 올해 3월(5.12%)까지 연이어 축소했다.
업계에서는 반등 시점을 하반기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교적 일찍 재고 조정을 시작한 세트 업체부터 수요 회복이 먼저 나타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도 있다. 2분기에는 재고 소진이 이어지고 고객 재고 피크아웃이 나타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줄 요소는 삼성전자가 감산 대열에 합류한 부분이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외환 위기를 겪던 1998년 이후 25년 만의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특정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을 내려 이미 진행 중인 라인 운영 최적화 및 시험생산(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 외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메모리 공급의 30~40%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술적·인위적 감산을 합쳐 생산능력(캐파)을 10~20% 정도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두 곳 감산까지 고려하면 두 자릿수 이상 물량 축소가 예상된다.
의미 있는 감산 효과는 3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제작 기간이 3개월 전후임을 고려하면 감산 이후 2~3개월 뒤 물량이 본격적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에서다.
비슷한 시기에 중앙처리장치(CPU) 1위 인텔이 차세대 D램 규격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5를 지원하는 프로세서 ‘사파이어 래피즈’ 납품을 확장하는 것도 메모리 업계에 긍정적이다. DDR5는 물론 인공지능(AI) 분야 성장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및 프로세스 인 메모리(PIM) 등 수요까지 늘면 실적 부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김황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감산 공식화로 업계 전반의 공급 축소 기조가 본격화할 수 있다. 과거와 같은 가격 경쟁을 통한 물량 밀어내기 가능성은 일단락됐다”며 “재고 소진→가격 안정화→구매심리 자극→구요 반등→재고 추가 축소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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