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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나도 수조원 투자" 삼성, 반도체 초격차 의지 재확인 [소부장반차장]

- 삼성전자, 1분기 R&D 비용 6조5800억원 '역대 최대'
- 경계현 사장 "개발 분야에 웨이퍼 투입 늘린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최근 들어 경쟁사와 격차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동안 연구개발(R&D) 투자가 적었던 부분이 있다. 부족한 점을 알고 있으니 잘 준비해서 격차를 다시 벌리도록 할 것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지난해 9월 경기 평택사업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당시 R&D 투자를 늘리겠다는 다짐은 현실화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 사장은 DS부문 경영 현황 설명회를 열고 “올해는 개발에서 웨이퍼 투입을 증가시켜 미래 제품 경쟁력에서 더 앞서 갈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액 63조7500억원 영업이익 64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기대비 9.54% 전년동기대비 18.05%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85.13% 전년동기대비 95.47% 감소했다.

DS부문으로 한정하면 매출과 영업손실이 각각 13조7300억원, 4조5800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사업이 적자를 낸 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1분기(7100억원 손실)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실적 부진에도 삼성전자는 1분기에 R&D 비용으로 6조5800억원을 썼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중 DS부문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손실을 내고도 수조원을 투입한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투자 규모를 지난해(47조9000억원)와 유사한 수준으로 예고했다. 2022년의 경우 DS부문이 100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냈으나 2023년에는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초격차 전략을 이어가기 위해 투자 금액을 줄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론에 D램 및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내주는 등 안팎에서 위기론이 불거진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메모리 수요 둔화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시험 생산(엔지니어링 런)을 통해 R&D 생산 비중을 늘려왔다. 이번 경 사장 발언으로 의지를 재차 드러낸 셈이다.

이와 별개로 삼성전자는 메모리 감산에 돌입한다. 메모리 수요와 가격이 동반 급락한 데 따른 대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2023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특정 제품은 향후 고객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해 생산량 하향 조정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경 사장도 “D램과 낸드는 월 최대 수량 판매를 달성했으나 가격이 너무 낮아졌다. 급격한 실적 악화 대응 차원에서 적극적인 다운턴 대책을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 성장세가 지속 위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이야기가 나온다”며 “적자를 피할 순 없어도 줄일 순 있다. 그 폭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남은 7~8개월 동안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경기 기흥캠퍼스 내 반도체 R&D 단지를 착공했다. 오는 2028년까지 20조원이 투입된다. R&D 확장 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경 사장은 “지금은 어려운 환경이지만 이럴수록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이미 다른 회사에 혁신 우위를 빼앗기고 있다”고 삼성전자의 현주소를 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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