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택시 호출과 대리운전, 주차 등 서비스 중개 역할로 정체성을 확립한 모빌리티 플랫폼이 수수료를 넘어서는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BM)로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특히 금융업계 내 필수 주체인 신용평가사들과 사업적 협력을 이어가며 여러 방면에서 신규 BM을 모색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티맵모빌리티는 국내 대표 종합신용평가회사인 나이스(NICE)와 손잡고 운전자 운전습관이나 차량정보, 운전이력 등을 토대로 한 정보들을 금융회사에 서비스하는 중이다.
티맵모빌리티가 신용평가사와 손잡게 된 이유는 주행정보를 기반으로 한 대안신용평가 효과가 연구를 통해 입증됐기 때문이다. 대안신용평가는 통신정보와 소액결제정보, 도서구매이력 등 비금융정보(대안정보)로 신용위험을 평가해 전통 신용평가 한계점을 극복한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을 뜻한다.
금융이력을 기반으로 한 기존 신용평가모형은 금융거래 이력에 집중돼 있다. 이에 금융이력이 부족한 20대나 주부, 사회초년생 경우에는 정확한 신용평가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실제 가명 처리된 고객정보를 비교한 결과, 안전한 주행 패턴 등이 금융상환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련 데이터를 대안신용평가로서 쓸 수 있게 됐다.
대안신용평가가 이용자 측면에서 긍정적인 이유는 금융거래 실적이 부족해 불리한 신용평가를 받는 이른바 ‘신 파일러’들의 상환능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꼭 신 파일러가 아니더라도 기존 금융 이용 고객에게 주행정보를 토대로 한 금리인하 등 우대 혜택도 제공할 수 있다.
또 다른 종합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경우, 이달부터 티맵모빌리티와 ‘티맵정보서비스’를 시작했다. 티맵정보서비스는 티맵 플랫폼을 사용하는 운전자 주행과 궤적 데이터(거리·급감속·급가속), 행동 패턴 등을 활용해 금융사 신용평가에 활용할 수 있게 모델링한 정보다.
그에 한발 앞서 쏘카는 지난해 9월부터 KCB와 협업해 그동안 누적된 카셰어링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APS(Alternative Profile Service)로 제공하고 있다. 쏘카 이용자도 라이프 스타일·운전습관·결제정보·안전운전점수 등을 신용평가 항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반 이용자뿐만 아니라 보험사 입장에서도 카셰어링 데이터는 유용한 정보 값이다. 운전자가 차량 보험 상품에 가입할 때도 사고율 예측과 보험료 산정에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향후 쏘카는 더 다양한 금융사와 협업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활용 방안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자체 데이터를 서비스 개선에만 쓰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제외하면, 국내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인 양사 모두 보유한 데이터를 수입 파이프라인을 넓히는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데이터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시장 산업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산업별로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 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19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오는 2025년까지는 32조9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양한 데이터를 중개하는 플랫폼인 데이터 API 시장 산업에서 데이터 판매와 제공 서비스 분야 비중은 약 4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모빌리티를 비롯한 대다수 산업군은 각자가 갖춘 양질의 데이터를 내세워 API·DATA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사업 외 다양한 신규 사업을 추진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유관 업계 입장에서도 타깃이 명확한 플랫폼 데이터를 자기 사업에 적용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