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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로나19로 열린 디지털의 문, 닫는 방법도 고민할 때

조은국어 조은희 원장/교육·문화 칼럼니스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향해 돌아가기 위한 새로운 거리두기에 적응해가며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즈음 스즈메의 문단속이 찾아왔다. 되돌릴 수 없는 평범한 일상들을 그리워하는 영화라 반가웠다.
영화관 키오스크 앞에는 60대로 보이는 부부가 표를 끊기 위해 오랜 시간 기계 앞에 서계셨다. 뒷사람들 눈치를 보며 매우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 도와 드리려던 찰나에 부부는 표를 끊는 것을 결국 포기하고 팝콘 파는 직원에게 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필자도 키오스크 앞에서 좀 헤맸다. 좀 더 큰 글씨와 불필요한 요소를 없애 어려워서 주저하는 일이 없도록 디지털 약자를 위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관 안에 자리를 찾아 앉으니 그 부부는 내 자리 대각선 앞자리였다.
주인공 소타는 조상의 대를 이은 직업인 토지시의 임무를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고독한 문단속 여정에 나선 인물이다. 일본 전 지역에 걸쳐 미미즈(일본 열도 전체에 흐르는 지진의 흐름이 형상화 된 존재)가 문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문을 잠그는 게 소타 가문의 대대로 이어온 직업이자 사명인 것이다.
문이 열리면 미미즈가 수 시간 안에 나와서 지진이 난다. 이런 재난이 없었더라면 오늘을 살았을 죽은 자들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듣고 또 그런 사고가 일어나면 안되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부서져라 문단속하는 주인공들.
2020년은 코로나 19로 인해 경제가 붕괴되고 위기에 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폐업과 실업이 발생했으며 세계 경제는 마비된 듯했다. 백신이 보급된 2021년을 거쳐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2022년. 그동안 무너졌던 경제와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각 곳의 노력이 이어졌고 2023년 현재, 우리는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19가 우리 모두를 강제로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게 했다. 일부 세대에만 보이던 ‘디지털’은 전 세대로 확대됐다.
그러나 디지털 격차 현상도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키오스크 주문에 어려움을 겪던 부부와 같이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페이리스 사회에 대한 적응이 어렵다. 디지털서비스의 사용성 측면에서 불편함을 느끼며 불이익에 부딪히는 등 디지털 전환에 따른 부작용은 앞으로 해결할 과제다.
또한 코로나 19로 인한 교육방식의 변화는 디지털 전환의 수업 방식의 한계에 부딪히며 더욱 큰 학습격차를 가져왔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과 같은 내용의 수업을 할지라도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났고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도 생겼던 것이다.
그러나 2023년 현재, 일상 소독을 전제로 3년 만에 학생들의 마스크는 자율적 착용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 이전 수업의 일상을 되찾기 위한 회귀의 시간이 왔다
코로나19를 버티게 해 준 디지털 혁신은 그림자 또한 가져왔다. 언택트 문화로 인해 디지털 문화와 기술에 적응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디지털 소외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었다. 기술의 발전은 쉽게 디지털기기를 이용하고 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지만 정보를 잘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키오스크 앞에 서있던 부부의 나이쯤 되면 나는 또, 어떤 기술의 발달에 따라가지 못해 헤매고 미안해 해야 할까.
스즈메가 소타를 구하고 지진을 일으키는 미미즈와 싸우기 위해 여정에 나섰을 때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들은 도움을 준다. 그들의 진심어린 위로와 연대는 열쇠를 열 수 있는 힘이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옆에서 함께하는 진심의 순간들이 모인 사소한 공감과 위로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코로나 19 이전 일상을 회복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전보다 많이 지쳐있다. 디지털 문명권으로 진입해서 생활의 편의와 풍요로움, 다양성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사이버 공간안에서 이기적인 성격으로 인간관계의 양상이 변화되지만 누군가 스즈메와 소타의 역할을 한다면 무관심하지 않으며 응원할 수 있는 공동체적 관심과 공공의 연대감이 쇠퇴하지 않기를 바란다. 코로나19로 열린 디지털의 문, 닫는 방법도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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