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강화된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교육시장에도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이제 오프라인 수업보다는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실제 학생들은 디지털 시대에 활자인 책보다 스마트폰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훨씬 익숙하다. 단문의 메시지나 혹은 동영상 중심으로의 교육 콘텐츠 발달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영상은 텍스트를 온전히 대체할 수 없다. 텍스트의 역할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문맹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의 문해력이 취약해지는 추세이며 그러다 보니 책을 읽어도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수업에서 학생들이 기본적인 단어를 몰라 힘들어하는 것을 종종 본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단순히 글자를 보고 읽을 줄 아는 것뿐 아니라 그 글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을 읽어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우리는 모든 것이 빠르게 흘러가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접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깊이 있는 사고는 기피한다. 특히 국어는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는 문해력을 보여주는 과목이다. 학생들은 그렇기에 국어를 점점 어려워한다.
학생들이 치르는 수능 국어 시험은 다양한 지문을 통해 글에 대한 이해력, 비판적 추론 사고와 학습한 지식을 글에 적용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력을 평가한다.
수능 국어의 지문은 기본적으로 글을 읽고 이해하며 주어진 작품을 통해 명확한 근거를 찾아 정확하게 정답을 고를 수 있도록 철저히 논리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명확한 근거로 풀어야한다.
수능 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지문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주어진 선택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논리적으로 찾아야 하는데 문해력 없이는 힘들다.문해력이 낮은 학생들은 지문을 읽고 필자가 말하는 바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문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찾고 문제점· 비판 ·해결책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다.
수능 국어는 지문 안에 답이 있다. 문해력이 관건이다. 국어의 지문을 읽지 못하는 학생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읽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의미를 파악해야만 지문이 던지는 여러 질문의 답을 유추해낼 수 있다.
교육부에서도 문해력 하향 추세에 대응해 2028학년도 입시에서 ‘논· 서술형 수능’등을 포함한 미래형 수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독서를 바탕으로 한 역량 중심 교육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며칠 전에 본 2022년 수능국어시험은 ebs 연계율이 50%로 낮아졌으며 공통과목 +선택과목 구조로 개편되어 치러졌다. 수능 시험지를 받을 때 느끼는 학생들의 낯섦은 더욱 컸을 것이다.
더욱이 이번 수능 국어 시험은 유독 어려웠다. 초반부터 고난도의 지문 (‘헤겔의 변증법’, ‘기축통화와 환율’)과 변별력 있는 문제들이 나왔다. 8번, 13번 문제와 더불어 ‘어라운드 뷰’ 기술지문의 16번 문제 또한 제시문을 바탕으로 <보기>의 사례에 적용하여 추론하는 방식으로 출제되어 쉽지 않았다. 연달아 배치된 어려운 지문과 문제들 때문에 당황한 학생들이 많았을 것이다.
2022 수능 국어는 불수능을 넘어 용암수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렇게 어려워지는 추세에 지문 읽기의 기본인 문해력마저 없어서 지문 의미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면 좋은 성적은 기대하기 어렵다.
노암 촘스키(Noam Chomsky)의 “교육은 학생이 단순히 외부에서 주어진 자료를 흡수하고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경지까지 올라가도록 도와야 한다. 그게 그들이 인생을 살아나가며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처럼 학생들이 평생에 걸친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도록 능동적· 창의적 국어역량을 성장시키는 것이 교육의 목표여야 한다.
능동적·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미래사회에서는 문해력이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다양하고 꾸준한 독서를 통해 읽기 능력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어휘력 ·독해력을 향상시키며 장기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모르는 단어가 계속 나오면 책을 점점 멀리할 수밖에 없다. 어휘는 학습이 아니라 습득되어야 한다. 독서와 독서 중 추론을 통해 학생들은 독립적 읽기를 하며 수많은 단어를 습득할 수 있게 된다. 여러 분야의 글을 정확하게 꾸준히 읽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문해력은 책만 많이 읽는다고 키워지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으며 질문을 통해 깊이 있는 사고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읽은 책에 대한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책을 재구성해보며 체화시켜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 협업 등 학생들이 나가서 일하게 될 사회의 업무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디지털을 통해 업무 지시와 협업이 일어나게 되겠지만 회사의 업무 지시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직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디지털 시대에 창의적 사고를 기업들이 요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문과적 사고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다.
문해력은 다른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는 가장 기본적인 학습 능력이자 생존을 위한 힘이 틀림없다. ‘책에 있는 정보를 이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가 자신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타당한 정보인지를 판단하고 분석하는 시간이어야 한다’는 수능국어 첫 지문 ‘독서론’의 글처럼 독서를 통해 깊이 있게 사색을 하는 것, 그리고 독서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시간은 우리의 국어역량에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