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 구조 변화가 일자리는 물론 업무의 틀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디지털 인재는 다양한 디지털 대응력을 갖춰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불리는 요즘 학생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 디지털에 능숙하다. 텍스트 세대였던 이전 세대와 달리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나 틱톡을 자주 보고 게임 중에 상대와 대화하는 멀티 태스킹에 능숙하며 디지털기기에 대한 친화력도 크다.
하지만 간혹 디지털 기기에 과몰입하는 학생의 경우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종종 본다. 또한 긴 글을 읽는 것을 어려워하며 부족한 어휘력 때문에 문제를 풀면서 무슨 뜻인지 몰라 힘들어한다. 어려운 개념의 단어뿐 아니라 일반적인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질문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얼마 전 시험을 보는데 학생들이 ‘글피’, ‘금일’의 뜻을 물어보았다. ‘꾸안꾸’, ‘안물안궁’의 뜻은 바로 알아도 또래 수준에 알 법하다는 단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책을 읽는 것과 같은 느린 자극에는 흥미로워하지 않으며 책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독서가 어려워진 시대는 소통도 힘들어진다.
이처럼 청소년의 낮은 문해력은 향후 추가 교육의 기회에도 영향을 끼치며 직장생활에서도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2018년 5월,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 학생들은 피싱 메일 여부 식별을 통해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테스트에서 경제협력기구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 학생들은 읽기 영역에서 평균점수 514점으로 OECD의 37개 회원국 중 5위에 해당하는 비교적 높은 성취를 보여 주었으나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역량을 측정하는 문항의 경우 25.6%로 매우 낮은 정답률을 보여주었다.(OECD평균: 47.4%)이 학생들의 정보 이해 능력은 상위권이지만 정보의 신뢰성 판단 능력은 현저히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정보가 주관적이거나 편향적인지를 식별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을 받았는가’를 묻는 조사에서도 한국은 그리스·브라질 등과 함께 평균이하의 그룹에 속했다.
디지털 교육 환경에서 빠르게 정보를 탐색하는데 집중하면 글을 깊이 읽고 생각하기보다 대충 훑어읽는 것이 습관화된다. 이것은 정보의 질을 평가해 선택· 조합하기 힘들게 만들며 비판적으로 문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에서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은 정보를 명확하게 판단해 대처할 수 있는 디지털 문해력이 매우 낮은 상태임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찰스아서는 ‘소셜 온난화’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소셜 온난화(기술이 진보하면서 의도와 다르게 나타난 점진적인 부작용)가 진행된 정도를 고려하면 우리가 의존해왔던 고장난 도구를 재설계하고 개조해야 할 때가 되었다.’ 고 말하며 ’연결시킬 뿐 책임지지 않는‘ 무분별한 정보들이 쏟아지는 디지털 미디어의 혼란스런 환경을 지적했다.
찰스아서가 말한 것처럼 디지털 세상은 우리에게 빠름과 편리함을 선물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함께 가져왔다. 디지털 기기로 24시간 연결된 사회에서 학생들 뿐만 아니라 우리도 수많은 정보에 휩싸이면서 잘못된 정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보가 사실인지 구분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일상의 환경이 디지털화되어 가기 때문에 이로 인해 겪을 수 있는 불편이나 이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문해력은 디지털 시대의 필수역량인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디지털 문해력은 디지털 플랫폼의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면서 다양한 맥락과 연관된 인쇄 및 필기 자료를 활용해 명확한 정보를 찾고 평가하고 조합하는 개인의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읽기와 쓰기· 비판적 사고를 기본으로 하는 문해력에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정보 탐색의 개념을 결합한 것이다.
디지털 기술로 제공되는 자료들에 대한 단순한 읽기가 아니다. 디지털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넘어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는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넘나드는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위의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보고서에서 보여 주듯이 디지털 문해력 수준이 낮은 이유는 뭘까? 디지털 기기나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디지털 문해력 역시 독서 능력과 깊은 관련이 있다.
독서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독서를 하지 않는 아이들은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지 못해 정보의 진위를 판별하는 능력이 낮은 것이다. 정보를 빠르게 탐색하다 보면 긴 글을 집중력 있게 읽기보다는 분절된 정보들을 대충 훑어볼 수밖에 없다.
디지털 문해력을 향상시키려면 그 해결책은 바로 독서에 있는 것이다. 정보를 탐색하고 가공하는 역량도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깊게 생각하고 많이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첫걸음이다.
예전부터 책을 읽는 것은 학습의 기본이며 의미를 구성하는 차원 높은 정신적 행위다. 독서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독서가 습관화되면 아이에게 책은 어려운 것이 아닌 흥미로운 것이 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책과 친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를 읽기로 이끌기 위해서는 읽고자하는 아이의 내적 동기를 자극해야 한다. 내적 동기란 마음 안에서 자기 스스로 주는 보상이다. 즉 읽음으로써 만족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만족을 느끼려면 읽기에 우선 재미를 느껴야 한다. 책과 다양한 예술 활동을 접목해 흥미를 갖게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한 장면 한 장면에 오래 머무르며 깊이 있는 독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책을 멀리하며 독서를 통해 깊이 생각하는 것이 줄어들고 있다. 훑어보는 읽기가 아닌 장면들을 생각하면서 정독해야 한다.
맥락 파악에 의한 독서 또한 중요하다. 오늘날과 같은 초복잡성 시대에 미리 처방된 지식과 기술의 숙련만으로는 일상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적응해갈 수 없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맥락에 적용할 수 있는 마음의 태세를 독서를 통해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모든 일에는 맥락이 있다.
맥락을 고려하여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잘못된 견해를 가질 수 있다. 독서를 통해 문장을 보고 의미를 보고 그 의미를 생각과 감정으로 해석하는 읽기의 큰 틀이 자동화· 습관화된다면 독서 능력은 선순환될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 정보를 활용하는 질문과 가치를 확인하는 질문들을 통해 깊게 생각하고 많이 생각하는 내적대화 습관을 들인다면 비판적 사고는 키워질 것이다.
또한 가정에서도 사유와 대화의 문화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아이와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며 아이가 자기 의사 표현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부모의 위계에 위축되지 않고 말할 기회를 차단당하지 않으며 자유롭게 사고하고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가정에서 아이들은 부모와 나누는 외적대화를 통해 더 빈번하고 적절한 언어적 자극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서 디지털 접근성이 높아지는 만큼 문자 친화적 환경을 이루는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균형을 이루는 것이 디지털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디지털 문해력은 이미 삶의 여러 부분에 관여하고 있으며 독서와 디지털 미디어의 현명한 사용이 균형을 이루며 습관을 형성한다면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다. 깊이 읽기와 사유라는 아날로그적 독서의 기본바탕이 튼튼할 때 디지털 인재로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