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미디어 시장 저변이 확대되며 포털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가운데, 이들에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입법 강제보다는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식으로 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사업자들 역시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을 우려하며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응 국회 입법조사관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박완주(무소속) 의원이 2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지속 가능한 인터넷 환경을 위한 공정 기여’ 토론회 발제에서 “플랫폼 기금 출연을 입법이 아닌 자율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분야 공적 기여 관련 제도는 대표적으로 방발기금이 있다. 방발기금의 납부 대상자는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가 해당된다. 기간통신사업자는 주파수 할당 대가로 기금을 납부하고, 방송사업자는 지상파·유료방송·종편 및 보도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홈쇼핑 사업자가 분담금으로서 기금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포털과 OTT 등 부가통신사업자와 CJ ENM 같은 대형 PP는 방발기금 부과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그래서 방발기금 부과 대상을 포털, OTT, 대형 PP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방발기금 부과 대상을 확대하자는 주장의 근거로는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OTT와 포털의 점유율 및 수익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해외 사업자의 조세 회피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최 조사관은 그러나 “OTT나 포털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의 경우 법률상 신고제를, PP의 경우 등록제를 통해 시장에 진입해 상대적으로 자율 시장 경쟁 아래 경제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기금 부과가 사업자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수익도 크지 않은 국내 사업자가 기금 징수 대상에 포함될 경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실제 국내 OTT 시장은 방송 및 통신사업자와 비교하면 매출액 차원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단계에 있다”고 짚었다.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 문제도 있다. 본국 법률을 적용받는 글로벌 사업자의 경우 기본적으로 국내법을 강제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최 조사관은 “기업의 공적 기여 필요성을 수용한다 해도 그 방식이 법적 강제일 경우 시장의 자율성과 자발적 공적기여 활동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며 “오히려 기업의 이미지 제고 및 사회적 투자를 통한 기업 경쟁력 확보, 나아가 전제 사회적 후생증대라는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 기업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사회적 기여방안을 유도하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토론에 참석한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팀장은 “현재까지 논의는 수익을 얻는 포털이나 OTT에 기금을 부과한다고 돼 있는데 이를 부과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재량의 범위와 방향성 검토가 먼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 문제”라며 “기금 집행에 대한 실효성이 담보된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사업자는 어떠한 방편을 통해서도 기금 부과를 축소하거나 회피할 것”이라 주장했다.
곽동엽 방송통신위원회 재정팀장은 “시장이 성장하면 OTT 업계도 혜택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OTT에 대한 기금 징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새로운 사업자에게 조세 외의 금전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광범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토론회에 축사를 보낸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변화된 환경에 발맞춘 기금제도 개선안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