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정부 측에서 보상청구권이나 방발기금 같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선육성 후분배를 했으면 한다. K-OTT도 일단 살아남아서 수익이 나야 그걸 돌려줄 수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고창남 티빙 대외협력국장은 16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제1회 국제OTT포럼’에서 ‘K-OTT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 세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국제OTT포럼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주최한 국내 최초 글로벌 OTT 행사다.
고창남 국장은 “OTT에서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인데, 콘텐츠를 제작하고 수급하는 비용이 계속 늘고 있다”며 “티빙은 작년 700억대, 웨이브도 500~600억대 적자가 났고 올해는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쟁을 위한 콘텐츠 투자는 멈출 수가 없다”며 “K-OTT가 살아남으려면 이런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이런 K-OTT를 둘러싼 정부의 규제 목소리가 슬그머니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고 국장은 “최근 정부 측에서 방발기금 같은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선육성 후분배를 해야 한다”며 “K-OTT도 일단 살아남아 수익이 나야 그걸 돌려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방발기금(방송통신발전기금)은 방송·통신의 진흥을 지원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설치·운용하는 기금으로, 방송법 적용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징수한다. 현재 OTT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있어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각에선 징수 형평성에 따라 같은 방송서비스인 OTT에 대해서도 방발기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 국장은 “K-OTT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 어렵다”며 “K-OTT가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정책기획실장도 국내 OTT에 대한 ‘최소규제 최대지원’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OTT가 있고 그들로 인해 촉발된 게 글로벌 미디어 전쟁”이라며 “K-OTT의 숙명도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글로벌 OTT들과 자본력에 있어 차이가 나는데다, 망(사용료)이나 세금 등 규제 역차별마저 존재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K-OTT 입장에선 빨리 글로벌로 나가고 싶은데 발목을 잡는 내부적 환경이 많다”며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와 과기정통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 중에서 ‘OTT의 아버지’를 빨리 찾아야 하고 미디어 컨트롤타워를 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세 부처간 OTT 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소관 다툼이 벌어지는 데 대한 일갈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헌율 고려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OTT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 IP를 독점하는 방식의 전략이 지속가능한지” 반문하며 콘텐츠 공동제작 등 플랫폼간 협력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자본 확충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며 “지상파나 CJ ENM은 투자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