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지분 공개매수를 시작하며 SM 인수전에 공식 등판했다. 전날 하이브가 SM 경영권 확보를 위해 추진한 주식 공개매수가 실패로 끝나면서, 법원 결정으로 2대주주 지위 확보가 무산된 카카오 역시 SM 인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SM 주식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7일 공시했다. SM 발행 주식 총수의 35%에 해당하는 규모로, 카카오가 제시한 공개매수가격은 전거래일 종가(13만100원) 대비 15.3% 높은 수준이다. 공개매수 종료일은 오는 26일이다.
이번 공개매수에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동시 참여해 각 17.5%씩 확보할 방침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보유한 SM 주식 비율은 각각 3.28%와 1.63%이다.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카카오 측이 보유하는 SM 지분율은 약 40%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써 카카오는 의결권 지분 19.43%를 확보한 하이브를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게 된다.
지난 3일 법원이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제기한 SM엔터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금지 가처분을 인용함에 따라, 카카오 SM 지분 9.05% 확보 계획은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 전날 하이브가 SM 주식 공개매수에 참패하면서 카카오도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입장문을 통해 “SM과의 파트너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SM 3사는 거대 글로벌 엔터기업들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서로가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해 전략적 사업 협력을 체결했다”며 “현재 해당 사업 협력 및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업계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보다 더 높은 14만∼15만원대에 공개매수를 선언해 SM 인수전 판 뒤집기에 돌입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카카오엔터에게는 현재 약 9000억원 규모 투자금이라는 실탄이 있다. 지난달 24일 카카오엔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으로부터 유치한 1조2000억원 투자금 가운데 1차 투자금 8975억원이 납입됐다고 공시했다.
한편, 하이브는 SM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추가로 확보한 지분이 총 0.98%(23만3817주)라고 6일 공시했다. 공개매수에 응했다고 지난 2일 밝힌 갤럭시아에스엠 보유 지분인 23만3813주를 빼면 4주만 더 들어온 것이다. 당초 목표치였던 2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하이브에 매각한 지분 14.8%를 합치면 현재 하이브가 확보한 SM 지분은 15.78%다. 풋옵션이 걸린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잔여 지분 3.65%를 더해도 하이브 지분은 19.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는 지난달 10일부터 20일간 주당 12만원에 SM 주식을 전체 발행 주식 수 중 25%만큼 공개매수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SM 주가가 12만원대를 웃돌면서 하이브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