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지분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하이브가 SM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3일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김유성)는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사진>가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 카카오는 법원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내부 검토해 추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7일 카카오는 SM 지분 9.05%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SM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주 규모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지분인수 규모 총액은 2171억5200만원이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SM 2대 주주에 등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법원 결정으로 오는 6일 예정됐던 카카오의 SM 지분 확보는 무산됐다.
이에 판결 직후 이수만은 편지를 통해 왜 하이브와 손을 잡았는지 설명했다. 그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본인과 같은 음악 프로듀서로 배고픈 시절을 겪었고, 방탄소년단(BTS)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수만은 “SM의 포스트 이수만은 오래된 고민이었다. SM을 자식이나 친인척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더욱 번창시킬 수 있는 업계 베스트(best)에게 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더 베스트(The best)는 하이브였다. 그가 나와 같은 애정으로 아티스트들을 대한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한 선택의 이유”라고 말했다.
이날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미국 CNN 인터뷰를 통해 “K팝이 일시적 성장 둔화가 있고, 이 상태로 두면 많이 위험할 수 있다 이에 SM엔터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측면이 있다”고 인수전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이수만은 카카오 지분 확보에 반발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동대표들이 주도하는 SM 이사회가 제3자에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동시에, 하이브는 이수만으로부터 14.8% SM 지분을 사들이면서, SM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SM 경영진은 이같은 이수만과 하이브 결정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미국 CNN 인터뷰를 통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본인의 동의에 따라 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했다”며 “매니지먼트 팀이 대주주 없이 분산 점유된 회사를 본인들의 마음대로 운영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SM은 입장문을 통해 “적대적 M&A는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이사회 동의 없이 강행하는 기업의 인수와 합병을 의미한다. 통상 공개매수나 위임장 대결의 형태를 취하는데, 현재 하이브가 시도하는 적대적 M&A 활동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맞받아쳤다.
한편,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SM을 인수할 경우 독과점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SM에서는 양사 결합 때 전체 시장 매출 약 66%를 차지하는 독과점적 단일 기업군이 탄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 의장은 “해외 물량을 빼면 실제로 SM과 하이브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CD 물량을 모두 합쳐도 독점이 되기 어렵다”고 해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