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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용료 공정 분담’ 띄운 유럽, 한국은 함흥차사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유럽이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도록 하는 입법에 착수한 가운데, 가장 먼저 망 이용대가 관련 입법에 나섰던 한국은 되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망 이용대가가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서둘러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기가비트연결법(Gigabit Connectivity Act)’(가칭)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기가비트연결법은 우리나라의 ‘망무임승차방지법’과 비슷한 내용으로, 넷플릭스·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망 투자 비용 분담을 골자로 한다. EC는 기가비트연결법과 관련해 12주간 의견수렴 절차에 나선 상태다.

EC의 차기 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꼽히는 티에리 브르통 전문위원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3’에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막대한 (통신망)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브르통 전문위원의 기조연설에는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의 호세 마리아 알바레즈-팔레테 CEO,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의 크리스텔 하이데만 CEO도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모두 과도한 트래픽 수요를 통신사만 감당할 수 없으며, 빅테크가 인프라에 필요한 투자를 분담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C가 의지를 내비치고 유럽지역 통신사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기가비트연결법 제정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브르통 전문위원은 MWC23에 앞서 지난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연말까지 (기가비트연결법) 입법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가장 먼저 망 이용대가 입법에 나섰던 한국은 오히려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현재 우리 국회에는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가 국내 전기통신망을 이용할 때 정당한 망 이용계약 체결 또는 망 이용대가 지급을 의무화’하는 망무임승차방지법이 여러 건 발의돼 있지만, 입법 의지 없이 장기간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당초만 해도 여야 이견이 없는 법안으로 분류됐었다. 하지만 법안의 대표적인 적용 대상이 될 구글이 유튜버들을 통해 법안을 적극 반대하고 나서면서 부정적 여론이 결집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민주당은 지난 정기국회 중점법안에서 망무임승차방지법을 제외시켰고, 국민의힘 역시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긍정적인 것은 ICT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올 초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 ‘CES 2023’이 열린 기간에 구글 본사를 찾아 망 이용대가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이다. 이번 MWC 23에서는 정청래 과방위원장, 조승래 과방위 야당 간사 등이 유럽의 망 이용대가 입법 추진 분위기를 읽고 갔다.

과방위 관계자는 “아직 망무임승차방지법과 관련해 상임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이번 MWC에서 망 이용대가 입법을 진지하게 추진하고 있는 유럽의 분위기를 체감하고 온 만큼 올 정기 국회에서 주요 법안 중 하나로 망무임승차방지법이 논의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도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으려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이번 MWC 23에서 “브로드밴드 소비자에 더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은 ISP가 동일한 인프라에 대해 비용을 두 번 청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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