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오는 2월말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망 이용대가 논의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미국발 빅테크 기업들의 망이용대가 분담을 요구하는 한국 및 유럽연합(EU)과 달리, 자국 기업을 보호해야 하는 미국은 망중립성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입장차가 예상된다.
◆ 망이용대가 논의의 장으로 부상한 ‘MWC 2023’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750개 통신업체들이 모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다음달 27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주최하는 ‘MWC 2023’에서 망이용대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실제 MWC 개막일 첫 기조연설 주제는 ‘공정한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망이용대가에 대한 내용으로 짐작된다.
GSMA 이사회는 지난해 2월 MWC에서 빅테크가 인프라 투자 비용에 기여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적도 있다. 같은해 11월 GSMA 정책담당 임원이 한국을 방문해 국내 통신사들과 면담을 가지고 망이용대가에 대한 동향을 살피기도 했다. 그런 만큼 올해 MWC에선 관련해 더욱 구체화된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한국·EU, “빅테크 기업 망이용대가 분담 필요해”
망이용대가에 대한 한국과 EU, 미국의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한국은 글로벌 빅테크들의 망이용대가 지급이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들을 발의했다. 국내 전기통신망을 이용할 경우 정당한 망이용계약 체결 또는 망이용대가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망무임승차방지법이라고도 부른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미국 출장에서 구글 본사를 방문해 구글 경영진에게 망이용대가 분담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구글은 이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선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입법 움직임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유럽은 미국 빅테크에 대한 망이용대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을 비롯해 EU 내 통신사에게 인프라 투자 계획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EU는 글로벌 빅테크가 망 투자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한 ‘연결 인프라 법안’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수순인 것으로 보여진다.
◆ 자국 빅테크들 감싸기 나선 미국, 망중립성 강조
미국은 그러나 자국 기업인 빅테크들의 손을 들어줄 심산이다. 최근 방한한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구글코리아 및 넷플릭스코리아를 만나 ‘망 중립성’을 언급한 일에서 알 수 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망중립성은 우리 모두가 콘텐츠를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을 내용·유형·기기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특히 빅테크들이 망이용대가를 반대하는 이유로 들고 있다. 이들은 망 중립성과 망이용대가는 관련이 없다는 반대편의 주장에 맞서, 망을 이용하는 데 비용 지급 여부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주장으로 반박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EU와 미국간 입장이 다른 이유는 결국 망이용대가 분담을 요구받는 빅테크들이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특히 유럽에서는 미국 빅테크들의 시장 독과점을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데,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망이용대가”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