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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는 하이브, 사업협력은 카카오?…불붙는 ‘SM 사태’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로 비롯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며 SM 경영진과 하이브 간 공방이 과열되는 모습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표되는 공식 입장과 쏟아지는 폭로, 비방 공세에 업계는 양측 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M이 하이브와 카카오 중 결국 어디와 함께하게 되느냐에 따라 얻는 장단점이 명확한 만큼, SM 사태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졌다.

24일 하이브는 다음달 31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SM 주주들을 상대로 ‘정관 변경 건’과 새로운 경영을 위한 ‘전문성 및 독립성·청렴성을 갖춘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는 공개 요청 내용을 전했다. 최근 하이브는 SM 창립자인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의 SM 지분 14.8%을 당초 예정보다 일찍 취득해 SM 최대주주에 올랐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하이브는 “SM은 한국 엔터 산업 선구자이자 글로벌 한류 열풍을 선도해 온 기업으로서, 이제 세계 3대 메이저 음악회사와 견줄 수 있는 글로벌 엔터 기업으로 도약할 매우 중요한 때”라며 “이를 위해 모범적 지배구조 실현과 전문성 및 독립성·청렴성을 갖춘 경영진 구성이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하이브가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3인은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이다. 사외이사 후보 3인은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임대웅 유엔환경계획(UNEF) 금융이니셔티브 한국 대표다. 기타비상무이사로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 파트너, 비상근 감사로는 최규담 회계사를 추천했다.

하이브 측의 이런 호소는 SM 경영진이 앞서 카카오와 맺은 사업협력계약 내용과 관련 전략에 대한 지지 선언 등을 통해 카카오의 SM 경영권 참여 비중 확대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에 제동을 걸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SM 경영진들은 하이브가 SM을 인수할 경우, 케이팝 산업 독과점이 심화할 것이라 보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하이브도 이에 맞섰다. 전날 SM과 카카오가 체결한 사업협력계약서 일부가 공개되자 하이브는 현 SM 경영진에 이번 계약과 관련된 세부적인 의사결정을 모두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 임원이 SM 주요 사업 의사결정을 직접 통제하는 구조를 만듦으로써 SM과 아티스트 이해관계를 추구하기 어려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 그 피해는 소속 아티스트와 주주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하이브에 공감하는 의견이 있는 한편,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는 SM과 카카오 사업협력이 주주 권익을 침해한다고 하는데 SM은 상장한 주식회사다. 이에 대한 우려 또한 경영진이 감안해 의견을 조율한 결과일 것”이라며 “양사 입장에서는 각자가 잘하는 부분에 대해 손잡은 것뿐이다. 계약서 자체가 크게 문제 될 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에 음반·음원 유통권 안겨준 SM…즉각 반발 나선 하이브=이날 하이브는 SM-카카오 사업협력계약서 및 관련 계약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밝히며 “계약 적법성을 검토 후 필요한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먼저 하이브는 SM과 카카오 간 체결된 전환사채인수계약은 주주 이익을 훼손한다고 언급했다. 해당 부분에 따르면 본 계약 체결 때 별도로 체결된 전환사채인수계약서에는 SM이 신주 혹은 주식연계증권을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우선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이브는 “이 조항대로라면 카카오·카카오엔터는 SM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우선권을 활용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릴 수 있다”며 “카카오·카카오엔터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에게 지분 가치 희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하이브는 SM이 아티스트 음원·음반 유통을 비롯해 해외 매니지먼트 권한 등을 카카오에 넘긴 점을 미루어 보아 SM이 주장하는 ‘카카오와의 수평적 협력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피력했다.

하이브는 카카오엔터가 ▲SM의 국내외 음반·음원 유통에 대한 기간 제한 없는 배타적 권리를 가지는 건 카카오엔터 임원이 사실상 유통 조직을 총괄, 이해상충 구조가 만들어져 아티스트들 협상력을 제약하게 된다 ▲사실상 북·남미 지역에서 SM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관리하게 된다 ▲공연·팬미팅 티켓 유통을 총괄하는 것 역시 아티스트 협상력을 제한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SM이 넘기는 중요한 사업적 권리들에 비해 SM이 카카오로부터 받는 사업 내용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게 하이브 측 주장이다.

◆카카오-SM, “우리는 실체 있는 전략적 협력관계”=SM은 카카오와 관계를 ‘전략적 협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SM은 지난 22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카카오와 제휴는 SM에 절실하다. 단독 운영은 경쟁력이 떨어지고, 카카오는 플랫폼 회사로서 최적 파트너”라며 “어느 한쪽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둘 사이의 수평적인 시너지와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호 전략적인 협력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SM은 같은 날 공시를 통해 장철혁 CFO(최고재무책임자)와 김지원 마케팅센터장, 최정민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올렸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는 장윤중 카카오엔터 글로벌전략담당 부사장을 선정했다. 이는 카카오와 사업적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카카오는 하이브가 문제 제기한 계약서상 내용에 대한 반박 등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카카오 관계자는 신주인수 우선협상권과 관련해 “제3자배정 때 먼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주요 주주 지분율 희석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통상 기업이 유상증자를 하면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적인 선택권이 있다. 상법상 문제 될 게 없는 일반적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음원·음반 유통권에 대해서는 “그동안 SM은 기존 음원 유통 구조에 문제의식을 느꼈던 만큼 플랫폼과의 협업 필요성을 느꼈고, 음원 유통업계 대표 사업자인 카카오엔터는 글로벌 아티스트 IP에 대한 니즈가 있어 양사가 제휴를 맺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이브 vs 카카오, SM에 더 필요한 파트너는?…“각 사 장단점 뚜렷”=전문가들은 SM이 하이브와 카카오 중 어느 쪽 손을 잡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시너지와 한계가 공존한다고 말한다.

하이브는 SM과 같이 국내 대표 연예기획사로 손꼽히는 회사라는 점에서 양사가 가진 탄탄한 팬덤 층을 합쳤을 때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케이팝이 갖는 가장 큰 힘은 곧 팬덤”이라며 “케이팝 저변을 하나로 결집하는 효과를 기대한다면 하이브와의 협력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단점은 이러한 공룡 기업이 탄생하면 경쟁 기획사들의 영향력이나 경쟁력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하이브가 이미 ‘어도어(ADOR)’ 등 독립 레이블을 통해 각 사 색깔을 유지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레이블 구조는 문제 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전체 케이팝 생태계에서 다양성을 해치는 부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웹툰·웹소설 등 지적재산(IP)을 중심으로 한 여러 콘텐츠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사업적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 특히 카카오엔터는 케이팝을 기반으로 생긴 회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SM 입장에서는 하이브보다 상대적으로 위협적이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 점도 강점이다. 정 평론가는 “케이팝 아티스트를 하나의 캐릭터로 본다면, 이를 활용한 콘텐츠 비즈니스가 가능해지므로 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업계에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카카오가 하이브만큼의 사업적 역량을 펼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정 평론가는 “케이팝 위상이 현재 정점을 찍고 점차 하락세를 띠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케이팝이 현 수준을 유지하려면 획기적인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카카오는 하이브에 비해 케이팝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하이브와 SM이 손을 잡지 않는 부분에 대한 아쉬운 지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수만 가처분 신청 인용 결과 ‘변수’…재판 결과에 촉각=한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서울동부지법에 제출한 ‘SM 신주·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의 SM 지분 9.05% 확보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카카오는 SM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고 공시했다. SM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주 규모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만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지분인수 규모 총액은 2171억5200만원이다. 이에 SM 창립자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는 “상법과 정관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라며 법적 대응에 돌입했다.

물론, 카카오가 SM을 지분 투자한 것과 SM-카카오-카카오엔터 3자 간 맺은 업무협약은 별개 건이다. 이수만 전 총괄이 낸 신주·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카카오 투자가 무산되더라도 3자 협력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업계는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가 현재 갈등이 극에 치닫는 SM사태 방향성을 결론 낼 열쇠라고 강조한다.

정 평론가는 “하이브가 SM 단독 최대 주주가 된 상황에서 카카오가 2대 주주 자리를 유지해야만 그나마 싸워볼 여지가 있다”며 “법원 결정에 따라 카카오의 지분 투자 자체가 인정이 안 되면, 카카오는 하이브처럼 SM과 직접적 협업을 할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2대 주주라는 애매한 위치는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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