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너무 빨랐던 걸까. 메타버스 열풍이 식고 있다. 네이버의 ‘제페토’ SK텔레콤의 ‘이프랜드’ 등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당초 기대됐던 메타버스로의 완전한 커뮤니케이션 전환은 조금 시기상조인 모양이다. 엔터테인먼트나 커뮤니티 등의 기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까닭일까. 메타버스를 향한 관심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통신사들은 여전히 메타버스를 주목한다. ‘이프랜드’를 서비스 중인 SK텔레콤의 유영상 대표는 “메타버스 열기가 식었다 해도 그렇다면 메타버스가 영원히 오지 않을 세상이냐,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이프랜드의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지켜봐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KT는 올 3월 초 첫 메타버스 서비스 ‘지니버스’의 베타 버전을 출시한다. 두 통신사의 자존심을 건 메타버스 대결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현지시간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IT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3’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KT는 MWC23이 열리는 피라 그란 비아 홀 내 홀3과 홀4에 각각 전시 부스를 마련, 그중 핵심 전시물 중 하나로 메타버스를 내세웠다.
SK텔레콤은 2021년 7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한국에서 처음 출시했고, 이어 지난해 11월 전 세계 49개국에 동시 출시함으로써 글로벌 진출 신호탄을 쐈다.
이날 전시에서도 가상 공간에 나만의 공간을 직접 만들어 사람들을 초대하고 상상만 했던 나만의 의상을 직접 만들어 아바타에 적용하는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이프랜드 체험존을 마련하고 있었다. 많은 관람객들이 스마트폰 세 대와 대형 스크린으로 구성된 이프랜드 체험존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아바타를 조종하고 꾸미는 등 체험을 했다.
SK텔레콤은 추후 이프랜드에 자체 NFT 기반 경제 시스템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현지 SK텔레콤 관계자는 “지금도 이프랜드에선 사람들이 직접 디자인한 옷을 아바타에 입힐 수 있는데, 이렇게 내가 직접 만든 아이템을 나중에는 마켓플레이스를 도입해 사고 팔 수 있는, 그럼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 시스템이 곧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영상 대표에 따르면 내 마음대로 꾸미는 나만의 3D 공간, 사람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라이프 로깅 소셜 네트워크 등 유 ‘메타버스판 싸이월드’로서 진화할 예정이다.
KT도 개인만의 메타버스 공간들을 만들 수 있는 ‘지니버스’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KT는 오는 3월 초 오픈베타 버전의 지니버스를 출시하고 이어 4월에 정식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지니버스는 실제 공간 도면을 기반으로 집을 생성해 원하는 대로 꾸미거나 카페 등 커뮤니티 공간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공간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을 지향한다. 또한 공간과 아바타를 꾸밀 때는 ‘G코인’이라고 하는 지니버스 내 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데, 지니버스 활동을 많이 할수록 G코인을 지급하는 식으로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KT 관계자는 “서드파티와 다른 비즈니스와도 연계해 전용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KT 미디어 그룹사의 드라마 콘텐츠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또한 드라마 내 PPL(간접광고)로 사용된 제품들을 지니버스 내에 진열하고 이것이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게끔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서도 메타버스는 고객과의 접점을 크게 늘릴 수 있는 데다 소셜 네트워크, 커머스,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라며 “SK텔레콤에 이어 KT도 메타버스 플랫폼을 출시하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