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오는 4월부터 미주 및 유럽 노선 등 해외 장거리 인기 노선에 대한 마일리지 공제폭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마일리지 개편안때문에 최근 개악 논란이 불거졌던 대한항공이 이번에는 사내 승무원의 온라인 폭로글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경영 부담을 줄이기위한 마일리지 혜택 축소 논란이 공교롭게도 대한항공 기내 서비스의 후퇴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때문이다.
논란의 글은 현직 대한항공 승무원이 퇴사 직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는 글인데, 후퇴한 고객 서비스 등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진위는 알 수 없지만 내용의 구체성으로 미뤄볼 때 실제 직원이 쓴 글로 보인다는 게 네티즌 판단이다.
18일 에펨코리아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한항공 승무원이 사직서 내면서 사내 게시판에 쓴 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요즘 비행기 총체적 난국인데 왜 이 모양 이 꼴이 됐는지 점점 알게 되는 현실에 더는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운을 뗀 뒤 대한항공과 시니어(선임) 근무자들을 작심 비판했다.
글쓴이는 먼저 승객에게 제공되는 물과 기내식을 문제 삼았다.
그는 "중거리 이코노미 (고객에) 물 330㎖ 주는 게 그렇게 아깝냐. 장거리 (비행) 때도 330㎖ 하나 겨우 세팅해놓고 승객당 엑스트라로 한 병씩 더 못 줄만큼 실어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330㎖는 일반 생수 한 병(500㎖)의 절반이 조금 넘는 양이다.
이어 "코로나 이후 기내식 양도 줄고, 맛도 없어졌다. 남자 승객들은 (기내식) 양이 적다면서 '하나 더 달라'고 하는데 요즘 기내식 수가 승객 수랑 딱 맞게 실어줘서 더 줄 게 없다"며 "결국 크루 밀(직원 내식)을 빼서 준다. 기내식의 양을 늘리고, 퀄리터에 신경 좀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글쓴이는 어메니티와 스낵, 라면 서비스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즈니스 어메니티는 내가 승객이어도 갖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중거리(고객에게는) 비즈니스도 어메니티 왜 안 주느냐"며 "티켓값은 외항사보다 더 받으면서 수준은 왜 점점 떨어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낵도 선택사항 만들지 말고 그냥 많이 실어서 다 줄 수 있게 해야 한다. 과자가 얼마나 안 하다고 고르라고 하느냐"며 "어차피 그거 다 관세 안 내는 보세인 거 아니냐"고 짚었다.
글쓴이는 "(대신) 값싼데 배부른 라면은 왕창 실어줘서 모든 클래스, 비행마다 '라면 파티'가 열린다. 한두 명이 100명 넘는 라면을 날라야 하는데, 진심 내가 라면집에 취직한 건지(모르겠다)"고 비꼬았다.
글쓴이는 과중한 업무량도 토로했다. 코로나 일상 회복 이후 승객 수는 늘어났지만 승무원 수는 그대로라 청소 상태 체크, 손님들 짐 운반, 승객 응대 등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애로 사항을 관리 직급인 승무원 팀장, 시니어 직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피곤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글쓴이는 "승무원 팀장은 식사하고 놀다 가라고 비행하는 게 아니잖냐. 사무장도 본인 밥줄 걸려 있으니 회사에 소리 내기 싫을 것"이라며 "(그럼) 잔소리라도 하지 말라. 대다수 (시니어 직원이)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마인드인데, 그런 사람은 보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글쓴이는 "(모자란 기내식을 크루밀로 채우다보니) 이코노미 크루들은 장거리마다 각자 김밥이나 대체품 싸서 비행을 다니고 있다"며 "노예도 밥은 주면서 일을 시키는데, 여기는 뭐냐"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글이 아무런 효과는 없겠지만, 나가는 입장에서 위에 경영진이 한 번이라도 봤으면 좋겠다고 싶어서 써본다"며 "광고, SNS 홍보 쪽에 돈 쓰는 것 같은데 그 예산을 기내 환경을 바꾸는 데 써보라. 그럼 여행 유튜버들이 알아서 홍보해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대한항공 측은 언론을 통해 "물을 부족하게 준비하지는 않고, 승무원 식사를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건 사실이 아니"라며 "기내식, 어메니티 퀄리티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나왔던 이야기"라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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