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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사태’ 그늘에 갇힌 P2E…사행성게임물 딱지 붙나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과거 사행성 논란으로 전국을 휩쓸었던 ‘바다이야기 사태’가 또 한 번 게임업계 발목을 붙잡았다.

사법부는 최근 플레이투언(Play-to-Earn, 이하 P2E) 게임 ‘무한돌파삼국지리버스(이하 무돌삼국지)’ 재판 과정에서 바다이야기 사태를 언급하며, 해당 게임에 내려진 등급분류결정취소 처분이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P2E 게임에 대한 사법부의 강경한 태도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서울행정법원(행정8부 이정희)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게임사 나트리스가 개발한 무돌삼국지에 대해 내린 등급분류결정취소 처분이 합당하다고 판단, 등급분류결정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 재판의 1심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바다이야기 사태를 언급하며 게임산업법 28조 3호 입법 목적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무돌삼국지가 가상자산 ‘무돌토큰’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게임산업법 28조 3호를 위반했다고 보고, 게임위 등급분류결정취소 처분 당위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해당 조항은 게임물 사업자가 경품 제공 등 행위로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러한 게임법(28조 3호)의 규정은 2006년 속칭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성인 아케이드 게임의 사행성이 문제되자 이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사행성 게임과 환전 행위를 강력히 규제해 게임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진흥을 도모하고자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다이야기 사태는 지난 2006년 아케이드 게임 ‘바다이야기’로 인해 촉발된 사건이다. 바다이야기는 파칭코 기반 도박 게임으로, 많은 이용자가 도박 중독의 길로 빠지는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사회 및 정치계에서는 사행성에 대한 규제 강화 목소리가 커졌다. 해당 사건은 게임산업법 및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등 현행 사행성 규제가 자리 잡는 시발점이 됐다.

나트리스 소송 대리인은 게임 이용자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무돌토큰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들며 사행성게임물인 바다이야기와 무돌삼국지가 다르다는 것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임 과정에서 사행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도, 게임 내에서 가상자산을 제공해 게임 이용을 유인하는 행위만으로도 ‘사행성게임물의 신종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가정적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또, 나트리스 소송 대리인은 국내 타 게임사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것을 예시로 들며, 무돌삼국지만 등급분류결정취소 처분을 내리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타 게임 아이템은 소유권이 게임사에게 있는 반면, 무돌토큰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소유권이 이용자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근거로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 법조 관계자는 “재판부가 신종 사행성게임물, 바다이야기 등 단어를 언급한 것을 미뤄볼 때, 강경한 태도로 P2E 게임을 바라본 것으로 해석된다”라며 “(판결문을 보면) 원고와 피고 모두 게임 내용을 통해 사행성 여부를 가리기 위한 추가 근거를 제시했지만, 재판부는 게임산업법 28조 3호만으로도 게임위 승소 판결 근거가 충분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무돌삼국지 게임 서비스 재개는 어려워졌다. 나트리스는 지난해 1월14일 등급분류결정취소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됨에 따라 무돌삼국지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당시 나트리스는 대안책으로 무돌삼국지 새로운 버전인 ‘무한돌파삼국지리버스L(이하 무돌삼국지L)’을 출시해 현재까지 운영 중에 있다. 해당 버전에서는 국내 이용자에게 P2E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국내 이용자도 해외 서버를 통해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무돌조각’ 재화를 가상자산 ‘MUDOL2(무돌2)’로 환전 가능한 상황이다.

나트리스는 패소 직후 무돌삼국지 이용자 카페에서 이번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무돌삼국지L 서비스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트리스는 “무돌삼국지L 버전 서비스는 현재와 같이 동일하게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다. P2E 서비스 또한 현재와 동일하게 무돌삼국지L을 통해 국내와 일부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전 지역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P2E 서비스 경험을 위해 긍정적인 결과를 기다려준 이용자에게 좋은 소식 전해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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