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설립 이래 처음으로 불특정 게임 이용자들을 공개 대면했다.
게임위는 17일 서울역 인근에서 오후 2시부터 7시경까지 약 5시간 동안 게임 이용자 간담회를 열었다. 게임위에서는 김범수 자율지원본부장, 박동범 직권재분류팀장, 김진석 경영기획본부장, 박한흠 정책연구소장, 이상현 게임물관리본부장, 송석형 등급서비스팀장이 참석했다.
게임위는 최종적으로 참석한 이용자 20명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사전 조사에는 431명이 응답했고, 이 중 참석을 희망한 이들은 41명이었다. 불참하겠다고 응답한 이들은 390명이었다. 평일 저녁 또는 주말에 간담회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참여도가 저조한 것으로 보였다.
다만 게임위는 이날 간담회를 발판으로 분기별대로 이용자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호남권이나 충청권 등 지역을 찾아다니겠다고 강조했다. 모든 이용자가 서울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더욱 찾아다니고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이용자들은 전문위원 및 소통 방식 등에 다양한 의견을 제기하고, 전문성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용자 중에는 게임물 사업자나 게임업계 종사자도 있었다. 이들은 불법 게임물 캐릭터 등 저작권 침해 관련 등급분류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9개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분류하는 이용자 등급을 누구나 알기 쉽게 하나로 통일시켜달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이용자는 “게임위가 언론을 통해 입장을 알리는 방식도 있긴 하겠지만, 이용자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방법을 적극 고민해주길 바란다”며 “이용자는 언론 보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게임위가 직접 나서서 이용자 간담회를 좀 더 자주 했으면 좋겠고 유튜브 등 활용 방안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이에 김진석 경영기획본부장은 “이용자가 모인 곳에 저희를 초대해준다면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아직은 그런 환경들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좀 더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본다. 직권재분류 등에도 이용자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이용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풀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고객은 게임 개발사인 줄 알았는데, 한국 게임 산업은 현재 정점에 다다랐다. 이용자도 고객이 됐다는 점을 최근 환경 변화와 의식을 통해 굉장히 많이 깨닫게 됐다”며 “게임 정책 집행 기관으로서 고객 중심으로 많이 변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좋은 제안을 해주면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과제들은 관리하고, 최종적으로 올해 이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과제들을 확정하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용자는 게임위가 생각하는 ‘게임전문가’란 무엇이냐고 질의하며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게임위원 명단에 대부분 경력이 게임산업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송석형 등급서비스팀장은 이에 대해 “게임 전문가는 게임을 즐기는 누구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위원 경우 오는 3월이면 5명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라며 “경력이나 전문성이 좀 더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위원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최대한 게임 경력자들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자 건의대로 게임위는 게임 모니터링 인력 선발 시 게임 관련 경력 활동을 우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김 본부장 또한 심의위원 자격 요건이 법으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최대한 게임과 관련한 전문성 있는 위원들을 영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과거 게임위는 모니터링단을 꾸릴 경우 경력 단절 여성을 우대해왔다. 그러나 올해 모니터링 모집이 시작되면, 전문성을 높여달라는 이용자 건의가 쇄도했던 만큼 게임업계 경력 보유자 및 장애인에 가산점을 더욱 부여해 선발하는 식으로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날 게임위는 게임물 등급분류 및 게임위 전반적인 업무를 설명하며, 지난해 등급분류를 직접 실시한 게임물 수를 공개했다. 지난 2021년 916건보다 232건 감소한 684건이다. 자체등급분류사업자를 포함한 민간에서 펼친 직권등급재분류 건수는 102만2419건이었다. 이 중 게임위가 직권등급재분류한 건수는 총 1696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