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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국회도 “지자체 자가망 허용하자”…통신업계 반발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와 국회가 지방자치단체의 기간통신사 등록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통신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30여년 간 추진해온 통신 민영화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중복투자로 혈세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고민정 의원은 최근 지자체가 공익목적 비영리사업으로서 공공와이파이 또는 사물인터넷 사업 등을 실시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기간통신사업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구체적으로 지자체가 기간통신사업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되 해당 사업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의 적합성 평가를 거치도록 했고, 시·도지사가 자가전기통신설비를 설치·변경하려는 경우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같은 개정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추진 중인 전기통신사업법 전부개정 방침과도 맞닿아 있다. 이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자체의 기간통신사업 등록을 허용해 공익목적 전송사업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에 이어 국회까지 관련 법안을 추진하게 되면서, 지자체의 기간통신사업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자체가 자체·내부 목적을 위해 구축한 자가망을 이용해, 기간통신사업 자격을 바탕으로 공공와이파이 등 비영리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그러나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이 전기통신사업법 근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업을 민간사업으로 규정하고, 1991년부터 정부·공공의 기간통신사업을 제한했다. 2004년에는 국가·지자체에 대한 진입장벽도 강화했다.

통신업계는 지자체의 기간통신사업을 허용할 경우, 지자체로서는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주어지는 각종 규제와 의무에서 벗어나 과도한 특혜를 받는 것이라고 본다.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이 민간산업임을 전제로 자본금 등 기간통신사 등록 요건과 주식소유제한, 이용자보호 의무 조항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자본금이나 주식을 규정할 수 없고, 이용자보호 의무 위반시 과징금 등 처벌을 부과하는 것도 애매해진다. 그렇다고 부과하지 않을 경우, 민간에 대한 차별이 된다.

통신업계는 지자체의 기간통신사업 등록 허용이 야기할 부작용도 걱정한다. 지자체 통신사업은 자칫 선심성 공약의 일환으로 무분별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새로운 인프라 구축과 관리 조직 구성 등에 장기적이고 큰 비용이 들다 보니 중복투자와 국가 재정 낭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서울시는 2020년부터 3년간 1027억원을 투입해 자가통신망을 구축해 서울 시민들에게 공공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과도한 예산 소요와 이용률 저조가 예상되며 예산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서울시에 상당한 수준의 네트워크가 이미 구축돼 있어 국가적 자원의 중복투자라는 점도 지적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망은 보안에 우수하고 장애에 대비한 망 안정성도 확보하고 있으나, 자가망은 보안과 장애·재난 대비에 있어 취약하다”며 “해외 주요국들도 공공자금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제한하고 민간의 효율적인 경영을 통한 망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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