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 맞이한 2023년 검은 토끼의 해(계묘년)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일찌감치 인력 감원의 칼바람이 불며 추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국내서 클라우드, 소프트웨어(SW), 보안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분위기는 썩 나쁘지 않다.
<디지털데일리>가 2일 클라우드, SW, 보안 분야 기업들의 올해 신년사나 업무계획을 들여다본 결과 다수의 기업이 ‘위기이지만 기회’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대다수다.
이와 같은 기업들의 자신감은 작년 실적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국내 클라우드·SW·보안 산업은 지속 성장했다. 새로운 정보기술(IT) 환경인 클라우드가 대두됨에 따라 SW·보안 기업들에게도 신규 수요가 늘어나는 중이다.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 중 1위 기업인 네이버클라우드는 공동대표 체제에서 김유원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네이버웍스, 클로바CIC, 파파고, 웨일 등 ‘팀 네이버’를 네이버클라우드로 결집해 ‘팀 네이버’의 시너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2014년부터 네이버클라우드를 이끌어 온 개국공신 박원기 대표는 네이버클라우드의 아시아태평양(APAC) 사업개발 대표직을 맡게 됐다. 네이버클라우드가 ‘넥스트 스탭’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해외 진출을 꼽았는데, 이를 진두지휘한다.
NHN클라우드는 백도민, 김동훈 공동대표 명의로 밝힌 신년사에서 올해 키워드를 ‘공격적인 사업 전개’로 꼽았다. 작년이 독립 법인으로 출범 이후 선 숨고르기 기간이었다면, 올해는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클라우드 관리·서비스 사업자(MSP) 역시도 완급조절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베스핀글로벌 이한주 대표는 “2023년은 베스핀글로벌 2.0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더 소프트웨어(SW)화된 서비스로 글로벌하게 뻗어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NHN클라우드와 베스핀글로벌은 나란히 손익분기점(BEP) 달성도 약속했다. 여태까지 선투자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사업을 이어왔다면, 올해는 그 과실을 따내는 해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국내 대표 SW 기업인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그룹의 김상철 회장은 위기 상황이라는 의미의 비상(非常)이 아닌, 날아오른다는 의미의 비상(飛上) 경영을 실현하겠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이머전시(Emergency)가 아니라 성장을 논하는 퀀텀점프(Quantum Jump)를 목표로 삼아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1위 사이버보안 기업인 SK쉴더스도 신규사업 및 글로벌 사업 확대를 천명했다. 라이프케어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사업과 기술의 초격차를 만들어 나간다는 비전이다.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분야 1위 기업인 파수 역시도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조규곤 파수 대표는 2023년 시무식에서 올해 전략 키워드를 도약을 위한 준비 자세라는 의미에서 ‘스쿼트(Sqaut)’로 꼽았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2023년, 위기를 뛰어넘고 기회를 잡겠다는 목표다.
이처럼 주요 기업들 대다수가 ‘안정’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줄곧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클라우드·SW·보안 기업은 급격한 성장을 보여왔다. 위기일수록 비용 효율화나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 수요가 증가한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