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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망사용료’가 온라인 여론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죠. 구글이 반대하고 유튜버들이 나서면서 이 망사용료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수많은 논쟁점들이 있지만,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려고 해요. “이미 이용자가 요금을 냈는데, 왜 CP들도 돈을 내야 하냐”는 질문이요.
“망사용료가 뭐지?”
우선 용어 정리부터 해보죠. 구글이나 넷플릭스처럼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CP’(Contents Provider)라고 합니다. 우리가 아는 통신사는 인터넷 망을 제공한다고 해서 ‘ISP’(Internet Service Provider)라고도 부르죠.
ISP는 한해 한해 엄청난 돈을 투자해 전역에 망을 깔아놓습니다. 그런데 ISP도 땅 파서 장사하는 곳은 아니니, 열심히 망을 구축한 대가로 돈을 받아야겠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통신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들, 즉 ‘최종 이용자’(End User)들한테서 요금을 받습니다.
그런데 ISP는,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CP들도 ‘이용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들도 이용요금의 느낌으로 망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물론 CP는 동의하지 않지만요.
“CP도 이용자라고?”
ISP가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최종 이용자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이용자가 있는 시장을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라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신용카드 회사가 신용카드 회원한테서 연회비를 받고, 가맹점한테도 결제 수수료를 지급받는 것처럼 말이죠.
그럼 통신시장은 양면시장일까요? 모두가 양면시장일 순 없으니까요. 이럴 땐 양면시장을 정의한 경제학자 로체(Luchetta)와 티롤(Tirole)이 제시한 이론을 살펴보도록 하죠. 이들에 따르면 양면시장이 되기 위해선 아래의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요.
① 서로 구별되는 두 개 이상의 이용자 그룹이 있어야 한다. 단, 이 두 그룹은 그 사이 플랫폼을 통해 만나지 않으면 거래가 불가능하거나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② 간접 네트워크 외부 효과가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두 이용자 그룹 가운데 한쪽 그룹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다른 쪽 그룹이 얻는 효용이 커지게 된다.
③ 플랫폼이 가격구조를 결정할 수 있고, 가격구조가 달라질 때마다 거래 트래픽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양면시장이 맞는 거야?”
통신시장은 이 세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합니다. ① 일단, 최종 이용자와 CP는 그 사이에 통신사가 없으면 서로 만날 수 없어요. 통신사는 없어선 안 될 ‘플랫폼’인 것이죠.
② CP는 통신사 이용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들의 콘텐츠를 널리 전달할 수 있고, 반대로 이용자들은 통신사에 연결된 CP가 다양할수록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져요. 서로의 효익이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요.
③ 통신사는 최종 이용자와 CP에게 어떤 비율로 과금할지를 정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최종 이용자 대 CP 과금 비율이 100대0에서 50대50으로 바뀐다면, 이용자들은 저렴한 요금으로 콘텐츠를 볼 수 있으니 더 많은 이용을 하겠죠? 거래 트래픽이 바뀌는 거예요.
“그래서 결론은?”
ISP가 CP를 또 다른 이용자로 보고 망사용료를 부과하려는 것이 마냥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통신시장은 분명 양면시장이니까요.
하지만 망사용료 이슈는 이 외에도 수많은 복잡한 쟁점들을 가지고 있어요. 거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러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