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망이용대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콘텐츠사업자(CP)가 인터넷사업자(ISP)에 망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하는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팽팽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입증되지 않았거나 그릇된 주장들이 마치 사실처럼 전달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망이용대가 논란을 둘러싼 팩트체크를 통해 합리적 사실관계를 따져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망이용대가와 관련한 대표적 오해가 있다.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부터 망이용대가를 받게 되면, 요금을 많이 내게 될까 무서워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강경 망이용대가 반대론자인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이런 말도 했다. “망이용대가를 받기 시작하면 요금 때문에 내가 올린 동영상을 다른 사람이 많이 볼까 두려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BTS·싸이와 같은 유튜브 스타는 탄생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결론부터 말해, 이 같은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 일차적으로, 망이용대가는 개인 이용자 또는 창작자가 지불하는 것이 아니다. ISP와 직접 계약을 맺은 플랫폼 사업자, 즉 CP가 지불한다. CP는 망이용대가를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부과할 방법이 없다.
이차적으로, CP가 요금 인상(이용자)이나 수익배분 조정(창작자)을 통해 개인에게 간접적으로 망이용대가를 전가하는 것도 경쟁구조상 쉽지 않다. 만약 간접적인 전가를 하려 한다면 그 자체로 불공정거래행위는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 유튜브 조회수가 올라도 망이용대가 지불주체는 결국 구글
자세히 살펴보자. CP는 망이용대가를 개인에게 직접 부담시킬 수 없고, 구독요금을 인상하거나 광고수익 배분비율을 조정하는 등의 간접적인 전가만 가능하다. 하지만 글로벌 플랫폼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대부분의 CP들은 이미 망이용대가를 내고 있기 때문에, 망이용대가를 내지 않은 일부 CP들만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CP가 개인에게 간접적인 전가를 하려 한다면, 불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하는 행위’ 또는 ‘거래상대방에게 금전·물품 등의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에 해당하진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대놓고 망이용대가를 전가시키겠다고 한다면 더더욱 문제다.
거꾸로 해외 이용자가 네이버와 같은 국내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시청하는 경우엔 어떨까. 네이버 즉 국내 CP가 해외 ISP에 망이용대가를 지불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해외 이용자는 유튜브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국내 콘텐츠를 시청하기 때문에, 실제 국내 CP가 해외 ISP에 지불하는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요컨대, ①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되더라도 이를 업로드한 제작사나 개인이 망이용대가를 내는 일은 없다. ② 망이용대가는 CP가 지불하는 것이므로 이 경우 구글(유튜브)이 망이용대가를 내면 된다. ③ 구글이 망이용대가를 개인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기는 쉽지 않다. ④ 국내 CP가 받는 영향도 미미하다.
◆ 국내외 대부분 CP가 내는 망이용대가, 구글은 무임승차
사실 이 같은 주장이 확산된 것은 우리 국회에 이른바 ‘망무임승차방지법’이 발의되고 구글이 여기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다. 망무임승차방지법은 ‘국내 전기통신망을 이용하는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가 망이용계약 또는 망이용대가를 부당하게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이 골자다. 구글은 이 법을 반대하는 서명 운동까지 전개하고 있다.
이유는 망무임승차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업자가 바로 구글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업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구글이 국내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양은 27.1%, 넷플릭스(7.2%)까지 더하면 전체 사용량의 3분의1을 넘기는 수준으로 많다.
또한 망무임승차방지법은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들만 대상으로 하는데, 이미 애플·디즈니와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외 큰 규모의 사업자들은 모두 망이용대가를 내고 있다. 애초에 망무임승차방지법은 망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소수의 빅테크 기업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법이 통과되더라도 달라질 게 없다.
따라서 구글은 망무임승차방지법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전력을 다할 확률이 크다. 게임방송플랫폼 트위치가 최근 한국 시장에 한해 화질 저하 조치를 취한 가운데, 구글도 유튜브를 통해 이를 따라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여부를 따진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