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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망사용료 대신 망기금? 현실성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망이용대가를 둘러싼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간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CP가 기금을 통해 망 비용을 일정 부분 분담하는 방법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31일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일부 의원실은 이와 같은 ‘망 고도화 기금’ 조성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CP들이 일종의 펀드에 출자해 망 유지·관리 비용을 감당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글로벌 거대 CP들이 유발하는 인터넷 트래픽이 갈수록 폭증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망 고도화 비용을 ISP에만 부담시킬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기금 방식은 미국과 유럽에서 더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올 2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22 행사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이사회를 열어 글로벌 CP의 보편기금 기여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투자 기여를 위한 ‘연결 인프라 법안(Connectivity Infrastructure Act)’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디지털 격차를 좁히기 위한 보편 서비스 기금을 조성하는 ‘인터넷 공정 기여법(FAIR Act)’이 상원 상무위원회(상임위)를 통과했다.

우리 국회에서도 지난 지난 21일 과방위가 진행한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망 고도화 기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박완주 의원(무소속)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망을 고도화하고 유지하는 비용을 CP와 ISP가 공정하게 분담해 이용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CP 진영에서는 그러나 이와 같은 망 고도화 기금 논의가 못마땅하다. 특히 구글·넷플릭스 등의 글로벌 CP들은 망 고도화가 어디까지나 ISP의 몫일 뿐 CP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망 고도화를 위해 필요한 기금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이 기금을 부담하는 사업자의 기준은 어디서부터인지 등 복잡한 문제도 남아 있다.

실제 지난 국정감사에서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는 망 기금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정교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전무 역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선 이들이 “법제화가 된다면 따르겠다”고 답한 것을 두고 기금 조성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란 해석도 나오지만, 국내법을 무시할 수 없어 애써 내놓은 소극적 대답이라는 게 업계 주된 시각이다.

CP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기금 논의는 망 이용이 어려운 지역에 공동으로 설치를 분담하자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반면 망 이용에 대한 대가 차원이어서 방향성이 다르다”면서 “현행 국내법상으로도 ISP는 기간통신사업자이고 CP는 부가통신사업자인데 같은 선상에 두고 망 기금을 부과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ISP 업계도 그러나 기금 방안이 마땅찮기는 마찬가지다. ISP 입장에선 ‘당연히 받아야 할’ 망이용대가를 단순히 기금으로 대체하는 식의 접근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ISP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받아야 할 망 대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금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글로벌 CP가 망이용대가를 회피할 핑계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금을 조성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집행력의 문제가 남아 있다”면서 “해외 CP가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끝까지 기금을 내지 않으려 한다면 국내 법제도가 이에 대해 강제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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