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가 2023년 업무계획 보고를 마쳤다. 국민이 체감할 변화를 보여주겠다는 목표 아래 국민 신뢰 기반의 디지털 대전환을 뒷받침하도록, 개인정보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28일 개인정보위가 신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정부부처의 신년 업무보고의 일환이다. 개인정보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등과 함께 업무보고를 했다.
이번 업무보고는 지난 10월 취임한 고학수 제2대 개인정보위원장 체제의 출발이라는 상징성도 띤다. 개인정보에 더해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인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국민 신뢰 기반의 디지털 대전환’이다.
이는 기존의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020년 통합 출범한 개인정보위는 ‘보호’위원회이지만 동시에 ‘활용’을 위한 제도 마련 등에도 열중하고 있다. 고 위원장도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보주체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활용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 기틀 마련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인정보위는 내년 ▲마이데이터로 한 차원 도약하는 데이터 경제 시대 ▲글로벌 규범을 주도하는 개인정보 선도국가 실현 ▲공정하고 엄정한 법집행으로 국민 개인정보 신뢰사회 구현 등 3대 정책방향 아래 6대 핵심과제를 수립했다.
첫손에 꼽은 것은 마이데이터 시대의 본격화다.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해 통제권을 갖고, 원하는 곳으로 전송할 수 있게끔 하는 제도다. 국민 개개인에게는 기존 소극적인 열람·삭제권만 부여되는 것에서 보다 적극적인 권리 행사가 가능해지고, 기업은 개인 동의하에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마이데이터의 경우 새롭게 공개한 내용은 아니다. 2021년 신용정보법, 전자정부법 등을 근거로 금융·공공 영역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다만 일반 영역의 경우 마이데이터의 핵심 근거가 되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 포함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불발되며 늦어졌다. 1년 넘게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자 ‘반쪽’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개인정보위는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을 준비 중인 개인정보보호법의 빠른 처리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마이데이터의 전 분야 확산 전략을 담은 ‘대한민국 마이데이터 로드맵’을 수립, 활성화에 힘쏟겠다는 목표다. 데이터 형식과 전송체계 표준화도 추진한다. 정보통신, 교육, 유통, 문화·여가, 국토·교통 등 5개 분야를 우선 추진 후 향후 10개 분야로 확대할 예정이다.
산업 변화에 뒤처진 규제 개선에도 박차를 가한다. 개인정보위는 산업계 분야별 의견을 수렴하는 (가칭)민·관 합동 개인정보 규제 혁신단을 구성, 유관 법률간 유사·중복 규제를 해소하는 데 힘쏟고 있다.
가령 2020년 법 개정으로 개념이 도입된 가명정보의 경우 활성화가 더딘 편인데,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하는 플랫폼을 운영, 지역별 센터를 추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영상·생체정보를 AI 학습에 활용하기 위한 실시간 비식별화 기술 개발, AI·블록체인 등 핵심 분야 개인정보 기술표준도 마련한다. AI·자율주행차 등 신산업 발전을 위해 개인정보 분석·활용이 필요한 경우 보안성이 갖춰진 환경에서 안전하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가칭)개인정보 안심구역을 도입, 데이터 혁신을 지원할 예정이다.
잦은 개인정보 유·노출로 구설수에 오른 공공부문 민간정보 시스템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한다. 접속관리시스템 도입 의무화, 접근통제 강화와 같은 기술적 보완책에 더해 개인정보 고의 유출시 단번에 파면·해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또 개인정보 유·노출시 당사자가 직접 이를 신고하도록 하는 현행 시스템도 개편한다. 내년 3월경 유출신고·분쟁조정 등을 한 번에 처리하는 ‘프라이버시 원(One)포털’의 시범 서비스를 개시한다.
이밖에 개인정보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한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법 제정, AI 스피커, IP 카메라 등 일상생활에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기기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중심 설계 인증제, 개인정보 처리방침 평가제, 이동형 영상기기의 특수성을 반영한 개인영상정보법 등도 추진한다.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 국민 신뢰 기반의 데이터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 분야 마이데이터 활용을 발판으로 글로벌 데이터 선도국가로 도약하고, 엄정한 법 집행을 바탕으로 공공·민간의 개인정보를 더욱 확실하게 보호해 나가겠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