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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없지만"…韓 반도체, '칩4 왕따' 아닌 '소부장 허브'

지난 5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지난 5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 미국·일본·유럽 반도체 기업, 한국 투자 러시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 ‘칩4 동맹’이 형성되는 가운데 4개국 중 한국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만 TSMC가 미국과 일본에 공장을 짓는 동시에 애플, 소니 등 현지 고객사와 협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칩4 합류에 소극적이던 우리나라가 최근 명확한 입장을 낸데다 글로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연이어 국내 투자를 결정하면서 외톨이 신세가 아님을 입증해내고 있다.

지난 13일 일본 후지필름은 경기 평택에 이미지센서용 컬러필터 재료 공장을 착공했다. 2024년 상반기 가동 예정이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해 처리 장치에 전달하는 반도체다. 사람이 눈으로 본 빛을 뇌로 전달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될 소재는 이미지센서의 컬러필터 적색·녹색·청색(RGB) 착색에 쓰인다. 이 분야에서 후지필름을 점유율 80%를 차지한다.

‘슈퍼을’ 후지필름이 한국 생산라인을 마련하는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존재하는 영향이다. 국내에는 두 회사는 물론 이미지센서를 설계하는 중소기업 등이 포진한다.

지난달 룩셈부르크 로타렉스는 약 250억원을 들여 충남 아산 공장을 준공했다. 이 회사는 세계 1위 산업용 밸브업체다. 이곳에서 반도체 초고순도 가스 밸브를 만들어 한국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같은 달 독일 자이스는 우리나라에 반도체·전자현미경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기로 했다. 오는 2026년까지 4년간 480억원을 투입해 국내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자이스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설비 핵심부품인 렌즈와 광학 장치를 독점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 TSMC 등이 ASML 없이 최첨단 반도체를 제조할 수 없다면 ASML은 자이스 없이 EUV 시스템을 만들 수 없을 정도다. 아울러 노광 공정 시 웨이퍼 위에 올려지는 포토마스크(회로 패턴이 그려진 소재) 관련 장비도 자이스가 사실상 단독 공급 중이다.

피터 베닝크 ASML CEO
피터 베닝크 ASML CEO

앞서 언급한 ASML도 지난 11월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아 경기 화성 반도체 클러스터 ‘뉴 캠퍼스’ 기공식에 참석했다. 2400억원이 투자되는 해당 캠퍼스는 2024년 말 완공 예정으로 심자외선(DUV) 및 EUV 설비 관련 부품 등 재제조 센터와 첨단기술 트레이닝 센터 등이 들어선다.

이보다 먼저 미국 램리서치는 지난 4월 경기 용인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를 개소했고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은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평택기술지원센터, 화성 R&D 센터를 구축한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반도체 장비 선두주자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산업통상자원부와 국내 R&D 센터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미국 온세미는 경기 부천에 신규 전력반도체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해당 라인에는 1조400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미국 듀폰·인테그리스, 독일 머크 등도 우리나라에 R&D 시설을 확장하면서 소재 생산라인을 추가 확보하는 등 국내 고객사 근거리 대응에 나선 상태다.

동우화인켐 사업장
동우화인켐 사업장
일본 수출규제 이후 반도체 소재와 부품을 다루는 일본 업체들이 대거 한국에 생산기지를 세우기도 했다. 스미토모화학은 올해 상반기 말부터 자회사 동우화인켐의 전북 익산사업장에서 EUV용 포토레지스트(PR) 출하를 시작했다. 자국 경쟁사인 도쿄오카공업(TOK)은 진작부터 인천 송도 공장에서 EUV PR 양산에 돌입했다.

앞서 ▲반도체 웨이퍼 연마 소재를 납품하는 쇼와덴코 ▲고유전재료를 생산하는 아데카 ▲질량유량 제어기기(MFC) 제공하는 호리바그룹 ▲특수가스 황화카르보닐을 만드는 간토덴카공업 ▲반도체 장치용 석용 유리 제조업체 토소 등도 한국 거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16일 한 언론사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칩4 참여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메모리, 대만은 파운드리, 미국은 장비, 일본은 소재·부품에 강점이 있다. 역할 분담이 잘 된다면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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