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살을 에는 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도 경기에도 한파가 몰려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정보기술(IT) 산업군은 제조나 물류 등에 비해 비교적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중에서도 보안 업계의 전망은 특히나 밝다. 되려 위기를 기회 삼는 중이다.
올해 보안업계 주요 기업들은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렸다. 이는 각 기업들의 실적이 증명한다. SK쉴더스를 비롯해 안랩, 시큐아이, 이글루코퍼레이션, 윈스, 지니언스 등이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예견된 결과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문화가 급격히 확산됐다. 어디서든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수요가 생겨났고 이는 인프라의 변화로 이어졌다. 전통적인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벗어나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는데, 이와 같은 인프라의 변화에는 보안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탓이다.
한국의 경우 오히려 한 템포 늦었다. 당장의 업무 연속성을 위해 클라우드는 도입했지만 그 과정에서 보안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듬해인 2021년부터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랐고, 올해는 일시적인 ‘반짝 상승’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SK쉴더스는 사이버보안 매출로만 1~3분기 누적 매출액 269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17.1% 증가한 수치다. 이 기세라면 2023년에는 사이버보안으로만 매출 4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작년 처음 연간 매출액 2000억원 고지를 넘은 안랩은 올해 1~3분기 매출액 1578억원을 거뒀다. 올해도 2000억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각 분야별 1위 기업들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이자 네트워크 방화벽 분야 1위 기업인 시큐아이는 지난 몇 년간의 부침을 이겨내고 올해 1~3분기 매출 32.7% 성장한 1080억원을 기록했다. 침입방지시스템(IPS) 1위 기업인 윈스도 연매출 1000억 클럽 입성을 앞둔 상태다.
연초 사명을 바꾼 보안관제 및 보안정보 및 이벤트 관리(SIEM) 솔루션 기업인 이글루코퍼레이션도 순항 중이다. 올해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수도 있으리라 전망되는 가운데 NHN으로부터 대주주 자리를 이어받은 애플리케이션전송장치(ADC) 분야 1위 기업 파이오링크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두 기업의 매출을 합할 경우 안랩에 이은 3위 규모다.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 업계 1위 기업인 파수와 네트워크접근제어(NAC)와 엔드포인트 탐지 및 대응(EDR) 분야 1위 기업인 지니언스도 두자릿수 성장을 보이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특히 지니언스의 경우 작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그 기록을 경신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보안 기업들도 순항 중인 것은 마찬가지다. 포티넷의 경우 점차 점유율을 키워나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VM웨어, IBM과 같은 소프트웨어(SW) 기업들도 보안을 강조하는 중이다. 포티넷, 팔로알토네트웍스, F5,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클래로티, 컴볼트, 체크포인트, 스플렁크 등. 오히려 국내 보안 산업의 성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호황기라고 해서 모든 보안 기업이 웃고 있는 것은 아니다. 파수와 DRM 분야서 경쟁 중인 소프트캠프의 경우 전년에 이어 올해도 역성장 중이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계열사 이슈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밝은 시장 전망 때문인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하는 사례는 크게 늘고 있다. 올해 한국지사를 설립한 기업들만 하더라도 클라우드플레어, 엑소니어스, 클래로티, 세일포인트, 프루프포인트 등이 있다. 규제 변화, 국내·외 기업과의 경쟁 등 호황기 속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