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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 FC-BGA 내년 하반기 양산…애플 등 공급 추진

- PC용·전장용부터 공급할 듯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LG이노텍이 새 먹거리로 낙점한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후발주자지만 반도체 기판 경험을 바탕으로 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심산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경북 구미사업장에 FC-BGA 라인을 구축 중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 돌입 예정이다.

FC-BGA는 반도체 패키징에 쓰이는 인쇄회로기판(PCB)의 한 종류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부가가치 칩에 주로 쓰여 ‘PCB 끝판왕’으로 불린다. 그만큼 기술 난도가 높고 값이 비싸다.

코로나19 국면 들어 FC-BGA 공급난이 촉발했고 반도체 회사 관계자들은 최소 2024년까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관련 업체들은 연이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그동안 FC-BGA 시장은 일본 이비덴·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이 주도해왔다. 국내 기업은 상대적으로 뒷전이었으나 삼성전기를 필두로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는 지난달부터 서버용 FC-BGA까지 출하하면서 글로벌 레벨로 도약했다.

정철동 사장 부임 이후 고밀도 회로 기판(HDI), 발광다이오드(LED) 분야에서 철수하는 등 사업구조 개편을 지속해 온 LG이노텍은 신성장동력으로 FC-BGA를 선택했다. 올해 2월 해당 부문에 4130억원 투입을 결정하면서 진출을 본격화했다.

당시 LG이노텍은 제조 공정이 유사한 무선주파수(RF) 패키지 시스템(SiP)용 기판, 5세대(5G) 이동통신 밀리미터파(mmWave)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등으로 축적한 역량을 앞세워 FC-BGA를 미래 성장 아이템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LG이노텍은 지난 6월 LG전자의 구미 A3 공장을 2834억원에 인수하면서 FC-BGA 생산거점을 확보한 바 있다. 이후 제조 설비를 주문하는 등 전용라인 마련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9월에는 FC-BGA 시제품을 공식 행사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장비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기간) 증대 등으로 예상보다 일정이 늦어지기는 했으나 내년부터는 본제품 제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LG이노텍은 다양한 협력사와 납품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PC용 또는 전장용 진입을 노리는 가운데 카메라 모듈 등에서 관계가 두터운 애플 등이 유력 후보군이다. 참고로 삼성전기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CPU ‘M1’에 이어 ‘M2’용 FC-BGA를 제공 중이다.

CPU 시장을 주도하는 인텔과 AMD, 애플처럼 전용 프로세서 제작에 나선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등도 잠재 고객으로 꼽힌다.

한편 반도체 기판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의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기가 작년 말부터 1조6000억원 이상 금액을 투입하기로 한 것과 대비된다.

PCB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은 올해 초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카메라 모듈 사업에 쓰기로 했다. 실적 상승세가 이어지더라도 두 품목에 조단위 투자를 하는 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당분간 FC-BGA 부족 사태는 계속될 만큼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결단을 내린다면 호황에 합류할 수 있다는 계산을 내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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