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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탈춤, 중국서 유래” 中 매체 주장, 어디까지 진실일까 [디지털 & 라이프]

"탈춤이 중국에서 유래됐다"고 주장 중인 중국 매체 기사들


[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일부 중국 언론이 지난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나라의 ‘탈춤’을 두고 “중국 전통문화를 모방한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쳐 공분을 사고 있다.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선을 제대로 넘었다”며 탈춤에 대한 다국어 홍보 영상을 제작, 배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4일 서 교수 등에 따르면 중국 왕이망(网易網, 넷이즈닷컴)은 지난 2일(현지 시각) ‘한국 탈춤 세계유산 신청 성공, 중국 문화 모방한 무형 문화유산 사실상 세계 3위로 급상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놨다.

비슷한 시점 텅신신원(騰迅新聞) 등도 ‘조작의 신! 한국 탈춤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등의 제목으로 “한국 탈춤이 중국의 전통문화를 베낀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매체들은 탈춤의 표절 대상으로 중국 전통 민속극 ‘나희(傩戏)’와 배우가 순식간에 가면을 바꾸는 변검(變臉)으로 유명한 사천성 지역의 ‘천극(川劇)’을 지목했다.

“나희, 천극에서 다양한 요소를 차용한 게 한국의 탈춤”이라는 취지였다.

◆밑도 끝도 없는 ‘표절’ 주장, 근거는 = 중국 언론의 ‘떼쓰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왕이망은 기사에서 “한국은 중국(42건), 프랑스(23건)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보유국”이라며 그 배경이 ‘표절’에 있다고 했다.

한국이 끊임없이 중국 문화를 표절하고, 이를 지원해 논란이 많은 프로젝트를 등재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왕이망은 표절로 등재에 성공한 한국 문화유산 사례로 탈춤과 함께 ▲강릉 단오제(2005, 이하 등재 연도) ▲줄다리기(2015) ▲연등회(2020)를 꼽았다.

먼저 강릉 단오제는 중국의 단오절 ‘용선제(端午节)’를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 중국 단오절을 베낀 사실을 감추기 위해 제사, 무용 등 예술적 요소를 추가했다는 것이다.

왕이망은 “한국 단오절의 세계 유산 등재는 중국 단오절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는 아전인수격 해석도 빼놓지 않았다.

왕이망은 중국 네티즌들의 가장 큰 공분을 산 유산으로 2015년 등재된 ‘줄다리기’와 2020년 ‘연등제’를 꼽았다.

왕이망은 “줄다리기는 춘추전국시대에 진행된 군사 연습이 기원이고, 연등제는 중국 사천성의 자공(自贡) 등불 축제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며 “심지어 한국은 문화 교류 명목으로 ‘국제 등 축제’까지 열어 자공 등불 축제를 초대했다”고 했다.

"탈춤이 중국에서 유래됐다"고 주장 중인 중국 매체 기사들


◆中 주장, 진실은?... ”왜곡 또는 날조 기반” = 그러나 중국 언론의 이런 주장은 왜곡·날조를 바탕으로 하거나, 일부 사실을 크게 부풀린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학계에 따르면 탈춤의 역사는 삼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궁중에서 열리는 연회, 불교 행사 때는 탈춤 공연이 열렸다. 고구려 무악(巫樂), 백제 기악(伎樂), 신라 처용무(處容舞)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강릉 단오제는 기원전 120년 동해안 지역에 있었던 부족 국가 동예(東濊)의 제천 행사 ‘무천(舞天)’이 원형으로 꼽힌다. 당시 사람들은 추수가 끝나는 10월에 하늘에 감사하는 제사를 올렸는데, 이 행사가 단오제로 이어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줄다리기는 당나라 봉연이 쓴 ‘봉씨문견기(封氏聞見記)’에 “춘추시대 오나라와 초나라 간 싸움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그전부터 농경 의식의 한 종류로 아시아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3개국과 2015년 공동으로 줄다리기 등재를 신청했다.

마지막으로 연등회는 6~8세기 신라 시대 때 시작된 불교 행사의 하나로, 삼국사기는 “신라 경문왕 시절인 866년 정월 보름에 황룡사로 행차해 연등을 봤다”고 적고 있다. 연등회는 고려, 조선 시대에도 이어져 현대 연등 행사, 연등 축제의 기원이 됐다.

"탈춤이 중국에서 유래됐다"고 주장 중인 중국 매체 기사들


◆김치, 한복 이어 ‘탈춤’까지... “비뚤어진 중화사상의 발로” = 중국은 이전에도 문화 공정의 하나로 김치, 한복 등 한국의 문화 유산을 자국 것이라고 주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대해 서경덕 교수는 “비뚤어진 중화사상의 발로”라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지난 13일 페이스북 글을 올리고 “2013년 한국의 김장 문화가 이미 유네스코에 등재됐는데도 ‘김치가 중국 파오차이에서 기원했다’고 억지 주장을 펼치는 와중에 이번엔 탈춤까지 (자국 것이라 주장했다”며 “그야말로 선을 제대로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 주목받다 보니 이젠 중국이 위기감을 많이 느끼나보다”라며 “이런 위기감에서 오는 비뚤어진 중화사상의 발로 현상이라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우리는 이런 중국의 문화 공정에 대해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슬기롭게 역이용해 세계에 우리 문화를 더 널리 전파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조만간 한국 탈춤에 관한 다국어 영상을 제작해 세계인들에게 확실히 알릴 것”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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