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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리뷰] “SKB가 넷플릭스 이용자에 제공한 편익, 연 1465억?”

기사를 읽고도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있었나요? 그렇다면 디지털데일리 기자들이 직접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기사에 댓글로 남겨주신 이야기를 ‘댓글리뷰’ 코너를 통해 답해드립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평균금액과 이용자 수를 곱한 것이 (ISP가 CP 이용자에 제공한) 편익의 총합이라고?”

지난 13일 망사용료 관련 세미나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변상규 호서대학교 교수가 SK브로드밴드는 연 1465억원의 편익을 넷플릭스 구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한 누리꾼이 의문을 표한 것인데요. 지불의사액 평균값과 넷플릭스의 이용자 수를 곱한 것이 어떻게 편익이라고 볼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그렇다면, 연 1465억원이라는 편익은 어떻게 계산되어 나온 걸까요.

먼저, 통신사업자(ISP)가 콘텐츠제공사업자(CP) 이용자에 어떠한 편익을 제공했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ISP가 이용자에 제공한 편익이라 하면, 고품질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 안정적인 콘텐츠 시청환경을 마련해줬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터넷 이용요금의 총액이 ISP가 제공한 편익일까요? 변 교수는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국내 시장은 인터넷 서비스의 이용량과 관계없이 일정 요금을 부과하는 ‘정액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정액제에선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하고 있는 편익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 종량제 채택한 가상시장 설정…WTP는 평균 3724원

이에 변 교수는 정액제가 아닌 종량제를 채택한 가상의 시장을 설정해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전국 350명의 응답자에 다음과 같이 물었는데요.

“귀하의 댁내에서 초고속 인터넷(와이파이 포함)을 통해 넷플릭스를 계속 이용하시려면 매월 트래픽 요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합니다. 귀하는 넷플릭스 이용을 위해 매월 X원을 추가로 지불할 의사가 있으십니까?”

이용자가 이미 CP에 내는 이용요금 외 ISP에 추가로 비용을 지급할 의사가 있냐는 것이죠. CP의 콘텐츠가 아닌, ISP가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순수 지불의사액(WTP·willingness to pay)을 알아내 ISP가 이용자에 제공하고 있는 편익을 간접적으로 계산하려는 시도입니다.

다만 응답자의 다수는 지불의사액이 ‘0원’이라고 답했습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를 일반적인 통계모형에 적용하는 경우 음(-)의 WTP가 도출되거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WTP가 도출됐다는 것입니다.

“양분선택형(dichotomous choice) 조건부 가치측정법(CVM·contingent valuation method)에선 지불의사액이 0원인 응답자가 다수 존재해는 경우 신뢰성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이에 변 교수는 지불의사가 영(0)인 경우와 아닌 경우를 구분해 평균을 내는 방식인 스파이크 모형(Spike model)을 활용해 WTP를 산정했습니다.

결과는 유의수준 1%에서 모든 계수들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는 유의수준 1%에서 모든 계수들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응답자의 월 평균 지급의사액은 3724원으로 나타났죠. 여기에 월간 넷플릭스 순이용자수인 1150만 명을 곱해 국내 전체 ISP는 매월 428.3억원, 연간 5139억원의 편익을 넷플릭스 구독자에 제공하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가 전체의 28.5%(664.4만명)를 점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매월 122억원, 연간 1465억원의 편익을 넷플릭스 구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변 교수는 전국 인구통계 자료를 참고해 표본을 추출한 만큼 이런 WTP 평균값이 우리나라에 한해선 대표성을 가진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국민경제 차원으로 확장도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 진전 없는 망사용료 논의…"효용 근거 공정한 협상의 출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구결과가 ISP와 CP 간 공정한 망사용료 협상을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지금까지 망사용료 논의는 그 계약의 특성 탓에 진전 없이 평행선을 걸었는데요. 통상 망 연동 당사자 간에는 기밀유지 협약(Non-disclosure agreement·NDA)을 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망 사용료를 지급한 선례는 물론, 지급의 근거가 될만한 데이터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 가운데 일각에선 가입자 증가 등 CP가 ISP에 가져다준 이익들을 고려하면 동등한 효용을 가지니, 망사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는데요. 변 교수는 “이런 연구가 (ISP와 CP 간) 공정한 협상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개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효용을 근거로 (망사용료를) 산정할 필요가 있겠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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