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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수출기업 ‘수백억 파생상품거래 손실’, 이게 뭐지?… 크게 놀랄 필요없는 이유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IMF 외환위기를 따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무역수지와 직결되는 원-달러 환율의 변동은 우리 경제에서 매우 민감한 거시경제 지표중 하나다.

문제는 이러한 원-달러 환율이 내일 당장 얼마나 뛰고, 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 11일에는 하루 동안에만 무려 60원 가까이 내리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하루에 10원 이상 오르내리면 급등 또는 급락이라고 표현한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락은 수출입 기업의 희비를 가른다. 최근 국내 IT 수출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선 이처럼 환율 변동에 따른 '파생상품거래 손실' 사례가 눈에 띤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다.

◆일반화된 기업들의 '환리스크 헷지'

예를들어 만약 수출 기업 A사가 매출 발생시점에서 10만 달러를 매출로 인식했다면, 당연히 그 시점의 환율(1달러=1300원)을 적용해 원화 환산 매출이 나온다. 매출이 1억3000만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런 경우는 드물다. 대개 수출 기업이 10만 달러를 실제로 결제받는 시점은 3개월~6개월, 또는 그보다 더 늦은 시점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향후 결제 받는 시점에서의 환율이 현재의 환율과 괴리가 커지면 기업은 ‘환차손’ 또는 ‘환차익’이 발생한다.

먼저, 3개월 후 달러 가격이 지금보다 급등했을 때, 기업은 ‘외화표시 외상매출채권’ 10만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면 당연히 더 많은 원화 매출을 얻게 된다. 이는 ‘환차익’이다.

반면 정반대의 상황도 있다.

만약 3개월후 달러 가격이 급락해버리면, 기업들은 그만큼 환전시 원화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환차손’이다.

기업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 ‘환차손’이다.

이처럼 미래를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매출 발생 시점에서의 환율을 향후 3개월 후에도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환헷지’이다. 환리스크를 없애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이다.

현재 ‘환헷지’를 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것이 파생상품 거래다. ‘통화선도’ 또는 ‘통화선물’을 활용해 외환시장의 변동과는 무관하게 특정 환율 수준으로 결제 금액을 확정짓는 것이다.
◆환헷지 위한 파생상품거래, '손실'로 인식되는 경우… 재무적 위험은 아냐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수출 기업이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환리스크를 ‘헷지’하는 경우에도 재무제표상에는 ‘손실’로 표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1달러=1300원’에 환헷지를 했는데, 3개월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1450원이 됐다면 재무제표상에는 결산 기준 시점에선 달러당 150원을 ‘영업외손익’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수출 규모가 큰 기업에선 파생상품거래 손실 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는 일반적인 의미의 ‘손실’(적자)은 아니다. 재무적 위험이 아니기 때문에 놀랄 필요는 없다.

이미 수출 기업은 3개월전에 정해놓은 원-달러 환율로 결제를 확정지었기 때문에 환리스크를 회피한 것일 뿐이다.

물론 수출 기업의 재무 담당자가 3개월후 원-달러 환율이 1450원으로 폭등할 것이라고 100% 확신했다면 굳이 1300원으로 묶어놓는 ‘환헷지’ 파생상품 계약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 이와 정반대의 상황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이번에는 3개월후 원-달러 환율이 ‘1100원’으로 급락하는 경우다.

이렇다면 미리 ‘1달러=1300원’으로 ‘환헷지’를 한 것은 신의 한수가 된다. 결제시 1달러당 200원의 환전 손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파생상품거래 이익’으로 표시하는 별도의 항목은 없다. 잘해도 본전으로 인식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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