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강제금지법 입법 논의로 방송통신위원회를 수차례 찾은 구글코리아가 정작 해당 법안 적용 대상 주체인 앱마켓 ‘구글플레이’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는 세금 회피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21일 구글코리아 김경훈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한국에서 (구글 앱마켓) 구글플레이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날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7대 카드사 국내 앱마켓 매출 현황에 따르면 구글플레이는 지난 2020년 2조530억원, 지난해에는 1조9781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이날 김경훈 대표는 구글코리아 매출인 2700억원만을 한국 매출로 제시했다. 구글코리아는 한국에서 광고 및 하드웨어 판매 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기에, 싱가포르에서 맡고 있는 구글플레이는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의원들은 한국에서 벌어간 구글 수익을 물었지만, 김 대표는 “구글플레이는 구글 싱가포르 매출로 잡히는 게 세법상 맞다. 구글코리아 매출은 2900억원대”라고만 답했다.
김 대표는 구글코리아를 구글플레이‧유튜브 등과 전혀 상관없는 별개 기업처럼 표현했지만, 사실 구글코리아는 인앱결제강제금지법 발의 때부터 구글을 대표해 한국 정부 측과 접촉해 왔다.
이날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입법 당시) 사업자 측 의견 청취 과정에서, 의견을 제기한 참석한 곳이 구글코리아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구글플레이 의견을 전달하고, 방통위 질의를 중간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이에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왜 구글코리아가 관계도 없는 그 일을 하느냐. 싱가포르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구글의 입법 로비스트 조직인가”라고 호통쳤다.
구글은 지난 6월부터 최대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인앱결제 정책을 채택하면서, 한국에서 이전보다 높은 수익을 챙기고 있지만 구글코리아와는 전혀 무관한 사업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수수료에 따른 매출은 싱가포르에서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에서 벌어들인 매출보다 적은 세금을 낼 수 있는 이유다.
현재 구글플레이는 인앱결제(앱 내 결제) 논란 중심에 있다. 한국은 인앱결제강제금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세계최초로 시행한 국가다. 구글은 한국법을 준수하겠다면서 외부결제를 허용했지만,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아웃링크를 통한 웹결제를 막았다. 구글에 최대 26% 수수료와 자체 구축비를 부담해야 하는 외부결제를 내세우며, 사실상 인앱결제를 강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구글은 아웃링크 웹결제를 안내한 카카오톡 앱 업데이트도 막았다. 이로 인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구글을 상대로 사실조사에 착수했으며, 결과에 따라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구글플레이에 확인해보니) 아웃링크 허용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카카오톡은 구글이 제시한 사용자 기준 중 일부를 만족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며 “법에서 3자 결제를 허용하라고 해서 이를 반영했고, 구글은 법을 지키고 있다. 수수료는 최저 6% 최대 30% 받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사용자 보호 조치를 갖추면 아웃링크 결제를 허용한다고 밝힌 점은 또 다른 논쟁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과방위 여야 의원들 모두 구글 답변에 분통을 터뜨리며, 이날 국감이 끝나기 전 스스로 잘못된 발언을 바로잡지 않을 경우 위증죄를 검토하기로 했다.
정청래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구글이 교묘한 도발을 한다. 이런 증인은 처음 본다”고 말했으며,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매출 100억원대 중소기업도 이렇게 대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