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의원이 한목소리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이하 온플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최근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마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심각한 독과점으로 불거진 사고였다는 지적이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더불어민주당)은 “(특정 기업이 가진 독과점 지위는) 경쟁업체의 등장 자체를 봉쇄해 (카카오 사태처럼) 국민 생명과 재산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기업 자율규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기업들에 자율권을 부여하면 플랫폼 독과점 1, 2위 업체를 중심으로 자율규제안이 짜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자율규제에 대해 현행법을 구체화한 지침이 있다”고 답하자, 강 의원은 “정부가 임의로 수정 가능한 지침 대신 국회가 통제할 수 있는 법률을 확립하는 게 더 올바른 방식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에 한 위원장은 “해외 입법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법제화를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유의동(국민의힘) 의원 역시 카카오의 재난 대응 투자가 부족했음을 강조했다. 유 의원은 “2016년 카카오가 최초로 대규모 기업집단에 지정될 때만 해도 계열사 수가 45개였는데 6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며 “정보기술(IT) 기업 특성상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여기에 따르는 책임은 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온플법이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지 못해 무산됐다”는 점을 들며 “법 제정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금 공정위가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시간적 공백을 메꿔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사태로 플랫폼 독과점 폐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 속에서 공정위가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으면 한다는 의미에서다. 이에 한 위원장은 “말씀 주신 부분들을 유념해 (관련 지침 수립 등을) 처리하겠다”고 대답했다.
한편, 이날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정권이 바뀐다고 플랫폼 정책도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어선 안 된다”며 “공정위가 준비하는 ‘온라인플랫폼사업자 불공정 거래행위’ 심사지침에 대해 시장 지배율뿐만 아니라 이용자 수. 향후 도입될 새로운 서비스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사업자는 무료 서비스 가입자 유치를 발판 삼아 새로운 사업을 펼쳐 수익을 내는 구조이므로 단순히 시장 점유율만 판단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관련 심사지침에 이들 기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며 “매출액에 이용자 수, 트래픽까지 모두 고려한 심사지침을 제정 중이고,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공정위는 내년 초까지 플랫폼 사업자의 무분별한 기업 확장을 막기 위해 인수합병(M&A) 기업결합심사기준도 개정할 방침이다.
양 의원은 “카카오는 이미 국민의 라이프 인프라가 된 만큼, 재발 방지 대책 잘 마련해주길 바란다”면서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이용자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공정위가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양 의원은 카카오 비즈니스 이용 약관에 약관 규제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공정위가 꼼꼼히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한 위원장은 “(카카오 이용 약관은) 지급 기준과 범위가 불분명하고 무료 서비스 사용자 경우 면책 사유가 상세히 규정됐기 때문에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양 의원 말에 “카카오 이용약관에 불공정한 부분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온플법 제정 관련해서는 “온플법에 해당하는 계약서, 계약해지, 볼공정거래행위 내용 등을 전부 포함하는 자율규제 논의가 시작됐고 주제도 다 정해졌다”면서 “이 부분은 성과를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당장 온플법 제정보다 현재 추진하는 자율규제를 우선시한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한 위원장은 “만일 여야 합의로 온플법이 진행되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