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불통 사태로 본 플랫폼의 독점 문제’ 긴급 좌담회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 계열사 주요 서비스가 멈추는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소비자와 중소상인, 노동·시민단체가 카카오에 제대로 된 배상 및 책임 이행을 요구했다.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각종 메신저, 결제 및 예약 서비스 등이 국민 삶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기업의 위기 대처 능력이 미비해 많은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막대한 불편과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번 사태의 근간에는 플랫폼 기업에 구체적인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던 정부 책임이 크다는 점도 강조하며, 집단소송법과 징벌적손해배상제도를 비롯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및 플랫폼 반독점을 위한 입법 논의를 촉구했다.
20일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네트워크 주최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카카오 불통 사태로 본 플랫폼의 독점 문제’ 긴급 좌담회가 개최됐다.
먼저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핵전쟁도 아닌 단지 배터리 1개 화재로 멈춰 선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카카오가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만 집중하고 기본적인 서비스 관리책임을 위한 투자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정지연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독점적 플랫폼의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독점사업자에 대한 규제로 논의가 변질하거나 자체 데이터센터 부재에만 주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재나 천재지변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해서 무조건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정 사무총장은 “디지털 서비스 전체에 대한 법적 규제체계를 전면 재검토해 안정적이고 끊김이 없는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회를 조성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홍민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장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겪은 피해와 복구 상황을 비교하며 카카오가 대규모 서비스 오류를 겪게 된 인과관계를 들여다봤다. 김홍민 협회장은 “지난해 네이버는 독자적인 데이터센터를 설립했을 뿐만 아니라 단건 서비스 결제가 많아 애초에 데이터량이 많지 않은 반면, 카카오는 채팅 및 각종 서비스로 시스템을 분산하다 보니 성능을 극복하기 위한 캐시 서버들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즉, 갑작스러운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캐시 서버가 이를 백업하지 못해 데이터가 소실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협회장은 “복구를 위한 백업 데이터량도 방대할 것이므로 자동 백업 속도가 데이터 규모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타 메신저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도 유사 사고 발생 때 동일한 문제점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택시 노동자 단체의 피해 증언도 이어졌다. 김성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카카오T 택시호출 서비스 중지로 국민은 승차난을 겪고 법인택시 노동자는 사납금도 채우지 못해 주말 택시운행을 일찌감치 접는 등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틀간 이어졌다”고 밝혔다. 김성한 사무처장에 따르면 택시 4개 단체는 이번 피해실태를 점검해 수수료를 내는 유료 호출만 아니라 무료 호출 불통사태로 피해를 본 택시 노동자들의 집단피해 보상대책도 요구할 방침이다. 카카오가 피해 보상의 대상으로 유료 서비스만을 한정한 것은 공공 편익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사무처장은 “카카오가 택시호출시장 95% 이상을 독점하는 가운데 카카오 호출서비스 중단으로 오히려 택시잡기가 수월했다는 여론이 많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적지 미표시 가맹택시는 물론, 목적지 표시로 골라잡기가 불가능해진 일반중개 택시까지 대거 ‘길빵(길에서 손님을 태우는 행위)’에 나서면서 역설적 상황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긴급 좌담회는 카카오 먹통 사태를 유발한 사회 구조를 진단하고 대안책을 모색하는 시간도 가졌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은 “혁신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정책으로 독과점 플랫폼의 공공성 투자 및 운영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먹통 사태를 계기로 카카오 이용자 200만명이 라인 등 타 메신저 플랫폼으로 이탈했다가 하루 만에 복귀했다는 기사를 봤다”며 “결국 이동고객이나 사업적 이용자가 플랫폼 간 데이터 이동이 자유로워야 플랫폼 경쟁체제가 마련되고 독과점이 해소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 변호사는 온라인 플랫폼 경우, 다루는 상품과 사업이 많아 이들 서비스가 이용자 및 사업자에 미치는 영향이 얼만큼인지 따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시장 지배적 지위자를 판별하는 기준이 ‘시장 점유율’에 있다며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는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플랫폼 독과점 여부를 판단한다.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 필요하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