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후 지현주 변호사] '평생직장'이라는 단어가 유명무실해진 요즘, 이직과 창업은 직장인들에게 더이상 모험이 아닌 선택지가 되었다. 특히, 동종업계 내의 이직과 경력직의 창업은 상대적으로 더욱 빈번한 일로, 이전 직장에서 취득한 노하우를 활용해 개인의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회사 입장에서 이는 곧 기술 및 정보 유출의 위험성을 의미하는바, 회사와 근로자는 퇴사시 일정기간 동안 동종업계 취업을 제한하는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업금지약정은 제한 없이 무조건 유효한 것일까? 본고에서는 구체적인 사안을 통해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해보고자 한다.
경업금지약정의 제한적 인정
대법원은 대다수의 경업금지약정은 근로자가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근로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비자발적으로 체결하는 것으로,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일뿐 아니라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고 근로자의 생계와도 직결되므로 그 존부 및 효력 범위는 엄격하게 판단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3. 7. 6.자 2002마4380 결정).
또한, 대법원은 비록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자유로운 경쟁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경우, 이는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였습니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 판단 기준
우리 법원은 경업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제시하고 있고, 가맹계약상 경업금지약정에서는 가맹계약이 가맹본부의 귀책사유로 종료된 때에는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12. 2.자 2010카합1692 결정 등).
보호가치 있는 이익의 존재
'보호가치 있는 이익'이란, 당해 사용자만이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이므로, 동종업계 전반에 알려져 있거나 입수에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 아니하는 정보는 경업금지약정으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구체적으로, 서울동부지방법원 2010. 11. 25. 선고 2010가합10588 판결은 전문수탁검사기관의 영업사원인 피고가 영업 활동 과정에서 얻은 각 정보 즉, 원가분석자료, 마진율, 거래처 정보, 거래처 명부 등 및 영업사원과 거래처 사이의 인적관계는 경업금지약정을 통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해당 경업금지약정이 반사회질서적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판단하였고, 대전고등법원 2009. 9. 16. 선고 2008나10349 판결은 근로자가 고용기간 중 직무수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일반적인 지식은 경업금지약정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는 정당한 이익에 해당하지 아니하는바, 바이어 명단, 납품가격, 아웃소싱 구매가격, 물류비 등 가격산정에 대한 제반 자료 등은 사용자의 보호할 가치 있는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당 경업금지약정을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경업금지에 대한 대가
근로자에 대한 경업금지의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손해를 전보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반대급부가 제공되어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17. 2. 17.자 2016라21261 결정).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7. 27.자 2010카합1360 결정은 경업금지의 대가로 근무기간 중 보안수당(경업금지수당)을 지급한 것과 더불어 근무연수에 해당하는 개월 수동안 기본급의 100%에 해당하는 퇴직생활보조금을 지급받은 경우 경업금지의무에 대한 반대급부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으며, 울산지방법원 2013. 11. 26.자 2013카합689 결정의 사안에서는 무인잠수정 및 전투체계 개발과 관련된 정보 및 노하우를 습득한 채무자에게 채권자가 경업금지약정에 대한 보상으로 자사주 815주를 배정해주었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4. 29.자 2013카합231 결정의 사안에서는 채무자가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면서 별도의 상여금 5,000만 원을 지급받아 경업금지에 대가가 인정되었다. 경업금지약정의 대상과 범위의 제한
경업금지약정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근로자에게 충분한 대가가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경업금지가 무제한 인정될 수는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7. 27.자 2010카합1360 결정은 신청인 회사의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 및 신청인 회사의 영업과 동종의 영업의 의미에 관하여, 어떤 회사가 신청인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지, 어떤 영업을 동종의 영업으로 보아야 할지 여부가 불분명하므로 그 의미가 불분명하므로 해당 부분의 전직금지신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경업금지의 시간적 범위에 관하여, 근로자들의 퇴직 사유, 대가의 제공 여부, 근로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영업비밀 내지 영업 관련 정보의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경업금지기간은 1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2년, 3년으로 약정된 경업금지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기도 하였다(대법원 2006. 10. 13.자 2006라746 결정).
결국,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약정이 무조건적으로 유효하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이 제한되거나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부당한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한 근로자는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구제받을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