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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가 사과문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IT클로즈업]

-이용자 최후통첩 하루만에 조계현 대표 사과문 게재
-일본 개발사 ‘사이게임즈’와 협의 관건, 퍼블리셔 ‘카겜’ 한계
-성난 이용자, 먹잇감 찾는 정치권까지…마음 급한 카겜
-키(key)는 개발사에
사방서 돌 맞는 카겜은 갑을병’?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이나연 기자] 카카오게임즈가 10일에 걸쳐 3차례 사과문을 게재했다. ‘우마무스메프리티더비(이하 우마무스메)’ 이용자 반발 사태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앞서, 우마무스메 트레이너(이용자)들은 마차‧트럭시위를 전개하고 카카오게임즈에 최후통첩 성명문을 통해 운영 총책임자 공식사과와 간담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카카오게임즈 운영 미흡을 질타하고 있다. 일본과 비교해 한국서버를 차별하고, 중요 이벤트 공지를 늦게 알린 점, 소통 부재 등을 이유로 들었다.

결국, 카카오게임즈 조계현 대표가 이용자 달래기에 나섰다. 조계현 대표는 최후통첩 하루만인 지난 3일 새벽 공지를 통해 사과했다. 이에 이용자 대표 측은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를 조계현 대표가 직접 책임지고 나서 사과한 것을 보고 놀랐으며, 이번 사과는 정말 큰 의미가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소비자 의견을 듣고 상호 인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간담회 자리를 요청했다.

물론, 아직 상당수 트레이너들은 조계현 대표 사과에도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카카오게임즈가 트레이너들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쉽게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 대표 사과문, 개발사 협의 관련 내용 4차례 등장=
카카오게임즈 사과문에서 그 답을 유추해볼 수 있다.

우선, 조 대표가 약속한 부분을 살펴보자. 조 대표는 신뢰 회복을 위해 회사 업무방식을 정비하고 문제가 발견된 직원들 업무를 재배치하는 한편, 모든 담당자에 대한 전면적 재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또, 현지화 및 알람 등 기능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우마무스메는 서비스 초기에는 뛰어난 번역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갈수록 오타와 번역 오류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조 대표는 사투리 현지화 관련 적절한 번역 방향을 찾지 못했고, 내용 몰입을 방해하는 오타 문제를 인정했다.


주목할 부분은 트레이너들이 가장 문제로 삼은 ‘소통’ ‘재화’ ‘공지’와 관련한 내용이다. 조 대표는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했으나, 여기서 조 대표는 트레이너들이 가늠할 수 있도록 카카오게임즈가 처한 상황을 내비쳤다. 우마무스메 게임을 만든 일본 개발사 사이게임즈와 ‘협의’ 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은 조 대표 사과문에서 4번 언급됐다.

조 대표는 소통 방식 보완을 위해 ‘건의&오류 게시판’을 강화해 카카오게임즈가 답변할 수 있는 내용에 바로 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내용(카카오게임즈가 단독으로 결정해 답할 수 없는 내용)에 대해서는 개발사 확인을 거쳐 빠르게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된 재화 지급에 대해서도 카카오게임즈만의 결정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트레이너들은 일본 서버보다 유료 재화 지급이 적은 등 고의적 재화 구조 변경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현지화 과정에서 일본 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한 ‘사이게임즈’ 측 조언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재화 지급 일정이 일부 조정됐다는 것이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고객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적합한 양으로 재화를 지급하도록 재검토한다. 이 또한 개발사와 합의해야 한다.

조 대표는 “총 지급재화는 동일하다는 이유로 미숙한 결정해 고객에게 상실감과 실망감을 안긴 점 깊이 반성한다”며 “우마무스메는 다양한 국가 및 지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기 때문에, 타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화 지급 총액은 양사가 합의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이런 한계점에 대해 양해 부탁한다”고 발언했다.

챔피언스 미팅 등 중요한 업데이트 사전 공지가 늦어진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공지가 늦어지면 업데이트를 지연시켜야 했지만, 일정을 변경하지 않고 이에 대해 설명하지도 않은 점을 명확히 조사하기로 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핵심 콘텐츠인 챔피언스 미팅을 개최 3일 전 통보했다. 이 이벤트를 공략하려면 한 달가량 시간이 필요한 최종 콘텐츠로 꼽힌다. 이전에 일본 서버에서는 이벤트 시작 3주 전 공지했다.

조 대표는 “챔피언스 미팅 외에도 고객 여러분들과의 소통을 위해 다양한 공지가 필요했으나, (사이게임즈와) 협의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이유로 그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고 했다.

◆카겜, 우마무스메 개발사 아니다…퍼블리셔 구조적 한계=우마무스메는 일본 출시 약 1년 후 카카오게임즈가 한국으로 수입한 게임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개발사와 일본 사이게임즈와 한국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여기서 카카오게임즈는 퍼블리셔 역할을 한다. 퍼블리셔는 해당 게임의 현지 유통과 현지화, 서비스 운영을 책임진다. 과거엔 퍼블리셔가 개발사보다 목소리가 큰 경우가 많아 ‘갑질’ 논란이 있기도 했으나, 현재는 이러한 관계가 역전되고 있다. 더군다나, 우마무스메는 이미 일본시장을 강타한 게임인 만큼 개발사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카카오게임즈 처지를 사과문에서 수차례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트레이너들도 모르지 않는다. 이용자 대표 측은 간담회를 요구하며 “개발사와 운영사, 양사 간 합의에 대해서도 법과 계약사항에 저촉되지 않는 선 안에서 서로 인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운영사 측 억울함도 해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는 언급을 한 바 있다.


조 대표 사과문에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우마무스메 한국어판 서비스는 퍼블리셔인 카카오게임즈와 개발사인 사이게임즈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식 카페 공지 내용과 게재 시점, 마케팅 소재, 마케팅 영역, 신규 상품, 쥬얼 지급 스케줄, 운영 스케줄에 이르기까지 우마무스메 관련된 모든 사항은 개발사인 사이게임즈와 협의한 후에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게임사는 커뮤니케이션이나 매니징이 쉽지 않다고 알고 있다. 다른 글로벌 게임사와 비교해 세세하게 관리하고,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일본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라며 “하지만 카카오게임즈가 사이게임즈 게임들을 줄곧 퍼블리싱해온데다, 이렇게 주목받은 게임에 대한 운영과 공지 부분에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퍼블리셔가 힘을 쓰기 어려운 상황은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감 코 앞인데…상황 빠르게 수습하고 싶은 카겜, 답답한 속내=
우마무스메는 뛰어난 게임성을 갖추고 있는 데다, 캐릭터 육성 특징으로 이용자 애착이 강한 게임이다. 이에 일부 트레이너들은 카카오게임즈 사과에도 개발사를 방패막이로 삼는다는 비난을 감추지 않고 있다. 좀 더 진실성 있는 소통과 조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카카오게임즈가 이용자 요구를 수용해 빠르게 상황을 수습해야 할 때, 왜 부족한 답변과 조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까? 현재 가장 다급하고 문제를 수습하기를 바라는 곳은 단연 카카오게임즈다.

우마무스메 사태는 전례 없는 ‘마차’ 시위로 인해 빠르게 이슈가 확산된 데다, 이용자 반발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 공세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이번 이슈는 정치권에서 봤을 때 보기 좋은 먹잇감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어느 때보다 이를 조속히 해결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이뿐 아니라, 카카오게임즈 기업 실적과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용자들이 환불압박과 불매운동을 예고했을 뿐 아니라, 주가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과문에서 언급했듯, 카카오게임즈는 개발사와 협의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운영진 교체와 서비스 개선뿐 아니라 공지문 게재조차 개발사 검수를 받아야 한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카카오게임즈가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는 셈이다. 이용자 불만을 해소하고 애로사항을 설명하려면 계약내용을 일부 공개할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계약 위반에 속할 수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통 해외 개발사는 국내 사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국내 퍼블리셔나 개발사만큼 이용자 여론에 민감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에 처음부터 사이게임즈와 빠르게 협의해 카카오게임즈가 속도감 있게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당연히, 모든 책임을 개발사로 돌려서는 안 된다. 카카오게임즈 운영 미흡에 대해선 약속했던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우마무스메 사태에 앞서, ‘페이트그랜드오더(페그오)’도 트럭시위를 촉발시킨 바 있다. 페그오는 애니메이션 ‘페이트’ 시리즈 IP를 활용해 일본에서 개발된 게임으로, 넷마블이 2017년부터 퍼블리싱해 정식 서비스했다. 이 과정에서 우마무스메처럼 일본과 국내 서비스 차별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그러나 수차례 간담회와 서비스 개선을 통해 현재는 오히려 ‘커피 트럭’을 보낼 정도로 변화됐다.

이처럼 카카오게임즈도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려면 개발사와 조속한 협의를 통해 이용자와 진정성 있는 소통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사실, 이용자 측에서 요구한 간담회와 성실한 답변에 대한 열쇠 또한 개발사가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카카오게임즈가 개발사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지난 3일 카카오게임즈는 이용자 대표 측에 “간담회 진행을 위해 퍼블리셔와 개발사 양사 간 협의가 필요하기에, 개발사인 사이게임즈 측으로 간담회 개최에 대한 긍정적 검토를 요청하고 있다”고 “개발사와 최대한 빠르게 협의를 마무리하고, 오는 5일까지 회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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