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난해 10월 25일 발생한 KT의 전국적 통신 장애는 비록 90분에 불과했지만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또 다시 깨닫게 해준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정부와 통신업계가 힘을 합쳐 이러한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우회하거나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는 체계를 선보였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서울 관악구 소재 KT 구로국사에서 을지연습 상황과 연계한 통신서비스 긴급복구 관련 유관기관 합동모의훈련를 실시하고 재난와이파이와 소상공인 휴대폰 테더링 결제, 전기자동차를 활용한 이동기지국 데모 등을 시연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 모의훈련이 이뤄진 KT 구로국사는 전국 유무선 통신서비스의 허브 역할을 하는 핵심 국사다. 혜화국사와 이원화 구성이 돼 있으며, 인터넷과 TV를 포함한 유선 2380만, 무선 1940만 고객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비행 금지 구역인 KT 구로국사 상공에 정체를 알 수 없는 3대의 드론이 등장해 옥상과 맨홀 주차장 등에 폭발물을 투하함으로써 정전, 통신시설 파손, 인입 케이블 절단에 따른 대규모 통신장애 상황을 가정해 진행했다.
이로 인해 전력 공급은 중단됐고, 옥탑 기지국 5식이 파손돼 구로구와 관악구, 금천구 일대의 인터넷과 TV 1만3000회선, 인터넷 전화와 일반 전화 5000회선, 이동전화 27만 고객의 통신장애가 발생한 것을 가정했다.
실제 KT 구로국사 상공에 드론이 등장하고 폭발물을 투하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 건물 주변을 노란색 연기가 감싼다. 경비실에서 핫라인으로 군부대와 경찰서, 소방서에 출동 요청한다.
이어 건물에선 근무 중이던 직원들은 비상계단을 통해 신속하게 건물 밖으로 대비한다. 연이어 경찰차와 구급차, 소방차, 군대차량 등이 진입한다. 신사지구대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국사 및 주변지역을 통제하고, 지역 책임부대인 52사단 관악구대대가 신속히 출동해 정보 분석과 주변 수색, 경계를 실시한다.
군과 경찰이 합동으로 국사 주변을 정밀 수색한 결과 숨어있던 드론 조종자를 검거해 신변을 확보하고 범죄 여부 판단을 위해 이송한다. 관악 소방서에서 화재 진압 및 인명구조를 실시한다. 중상자는 현장 응급의료소로 이송한다.
이런 상황은 과기정통부로 즉각 보고됐다. 동시에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위기관리위원회에서 전사 위기 대응체계 가동을 결정하고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재난대책본부를 구성했다. KT 과천 관제센터 종합상황실과 구로국사엔 현장상황실을 구성해 실시간 소통을 진행한다.
과기정통부도 원활한 상황 보고 및 지시를 위해 국가지도통신망을 활용해 세종 과기정통부 청사에 있는 재난안전상황실과 KT 현장상황실 간 실시간 화상회의를 개설해 소통했다.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 사고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라 위기경보단계인 경계 단계로 발령했다.
이에 따라 장애 지역 피해 최소화를 위해 통신사업자 간 협조를 통해 재난로밍과 재난와이파이가 개방됐고, 소상공인의 영업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스마트폰 USB태더링 결제 지원 등이 제공됐다.
우선 이날 훈련 시연에서 선보인 재난와이파이는 장애 지역 주변의 공공·상용 와이파이를 누구나 접속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평소에는 통신사별로 각기 다른 네트워크 이름(SSID)으로 와이파이를 표출하지만, 재난 상황이 터지면 모두 ‘Public WiFi Emergency’란 공통 식별자로 휴대전화에 뜬다.
실제 이날 훈련에서도 ‘Public WiFi Emergency’를 찾아 쉽게 접속할 수 있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런 공공·상용 와이파이는 이통 3사를 합쳐 전국적으로 27만2000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달 테스트를 거쳐 9월부터 이를 시행될 예정이다.
또한, 소상공인 USB테더링 결제는 유선 인터넷이 장애를 일으켜 여기에 연결된 POS(판매시점 관리시스템)나 카드결제기 등이 먹통이 되면서 영업 피해를 보는 상황에 대비한 조치다. 지난해 KT 장애 발생 시간이 점심시간과 맞물리면서 식당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피해가 컸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이런 결제 기기는 평소 유선으로 연결돼 있는데 유선 인터넷 장애가 발생할 경우, 와이파이 공유기와 스마트폰을 USB케이블로 연결해 테더링으로 카드 결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의 배터리를 활용한 폴대형 이동기지국도 등장했다. 장애 발생 시 주변 기지국의 출력을 상향시켜 차량에 폴대형 이동기지국에 연결해 임시로 서비스를 복구하는 것이다. 이는 무선서비스 불가지역에 빠르게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커버리지는 넓지 않지만 설치시간은 20분이면 충분하다.
운운용가능 시간은 최대 19시간으로 현재 KT는 이러한 폴대형 이동기지국을 80대 보유하고 있다. 향후 이를 20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번 모의 훈련에 참여한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전기차를 활용한 이동기지국 아이디어가 특히 돋보였고, 긴급 상황에서 잘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통신긴급복구솔루션은 지난 8월 초 집중호우 시 용인 수지 아파트 400가구 복구 등에 활용되는 등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신사업자 간 무선망 상호백업이나 소상공인 USB테더링 결제 등을 통해 지난해 장애 때 혼란 줄일 수 있는 보조수단 마련과 복원력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하지만 다른 측면에선 통신 장애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근원적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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