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 메모리 제조사가 자국 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정부 지원과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이에 미국은 중국 반도체 제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메모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까지는 아니지만 중저가 분야에서 중국 메모리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며 “품질도 과거 대비 많이 올라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비롯해 푸젠진화반도체(JHICC),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이 D램 또는 낸드플래시를 생산 중이다.
YMTC는 낸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128단 낸드까지 개발 및 생산에 성공한 가운데 올해 말까지 232단 낸드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기술력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으나 관련 시도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JHICC 등은 D램 생산에 돌입했다. 한국 협력사 등으로부터 장비를 사들이면서 공장을 구축했다. 현지 고객사를 대상으로 납품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지방정부 차원에서 구매처를 반강제할 수 있다. 정책에 따라 성능이 떨어져도 자국 메모리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등에서는 메모리 내재화 비중을 두 자릿수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점유율이 소폭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 미국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첨단 설비의 중국 판매 제한에서 자국 반도체 장비 수출 자체를 막는 것으로 범위를 확대할 전망이다. 미국에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반도체 전후공정에서 핵심 설비를 담당하는 업체들이 있다. 이들 장비가 없는 전 세계 반도체 제조회사가 공장 가동을 할 수가 없을 정도다. 현실화하면 중국 기업은 손발이 묶이는 셈이다.
앞서 중국은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중고 설비 대거 구매, 신규 장비 재고 확장, 핵심설비 연구개발(R&D) 강화 등에 나섰다. 최근에도 장비 구매량을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전부터 중국에서는 구매한 장비를 뜯어보면서 카피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난도가 높은 탓에 진행 속도가 더딘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개발이 되는 장비도 나타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사용 가능한 수준의 제품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