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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KT는 왜 티빙을 택했을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얼마 전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두 곳의 합병 소식이 있었습니다. CJ ENM의 ‘티빙’ 그리고 KT스튜디오지니의 ‘시즌’이 주인공입니다. 티빙이 시즌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시즌은 티빙에 가입자를 이관하고 연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됩니다. 오는 12월이면 티빙에서 시즌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티빙과 시즌의 전격적인 합병에 시장도 들썩입니다. 국내 최대 OTT가 새로 탄생했다고 말입니다. 와이즈앱 등에 따른 지난 4월 기준 티빙 이용자(324만명)와 시즌 이용자(116만명)를 합치면 440만명 수준이 됩니다. 넷플릭스(1055만명)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토종 OTT 중에선 웨이브(307만명)를 제치고 1등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용자 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월단위로 구독 해지가 쉬운 OTT 특성상 시즌 이용자가 반드시 티빙 이용자로 유입될 것이란 보장이 없으니까요. 티빙과 시즌을 중복 가입한 이용자들도 있을 테고요. 시즌의 경우 아직 오리지널 경쟁력이 저조하다 보니 티빙과의 통합을 반기는 이용자도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두 OTT가 합병이라는 카드를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일단 시즌을 흡수합병하게 된 티빙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합병 비율도 티빙 대 시즌이 1 대 1.5737519이죠. 거기다 KT라는 통신사 우군이 생겼으니 마케팅·유통 측면에서도 긍정적입니다. 요금 결합부터 올레tv를 비롯한 각종 채널 경쟁력이 생겼으니까요.

그렇다면 KT는 왜 시즌을 티빙에 흡수합병시킨 것일까요? 일각에선 ‘출구전략’이라고들 많이 말합니다. 터놓고 말해 시즌의 성과는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눈에 띄는 킬러 콘텐츠도 없었고, 이용자 수도 U+모바일tv에 밀릴 정도였죠. 그렇다고 시즌을 넷플릭스처럼 키울 생각도 없었던 KT가 이번 기회에 시즌을 합병시켰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뭔가 설명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KT도 이번 합병에서 얻은 것이 있습니다. 콘텐츠 계열사인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티빙과 시즌의 새 합병법인에 3대 주주로 지분을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발행되는 합병신주 38만2513주를 고려하면 KT스튜디오지니가 가져가는 티빙 지분율은 약 13.6%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티빙의 성장 잠재력을 고려하면 KT스튜디오지니가 티빙 지분을 확보한 것은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특히 CJ ENM이 티빙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합니다. 지난해 11월 티빙은 독립법인 출범 1주년 행사자리에서 “2023년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CJ ENM은 미국의 콘텐츠 제작 거점으로 글로벌 스튜디오인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하기도 했죠.

이 같은 해외 진출을 기점으로 티빙이 만약 미국에서 상장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양지을 티빙 대표는 최근 “2023~2024년 중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시장 진출 시점과 비슷하네요. 적자를 내면서도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한 쿠팡 사례를 떠올려보면, KT 입장에선 일찌감치 티빙의 지분을 확보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일 뿐입니다.

이번 합병으로 티빙의 1·2·3대 주주는 각각 CJ ENM과 JTBC(스튜디오룰루랄라), KT스튜디오지니가 됐습니다. 이들은 티빙의 국내 콘텐츠 거점이 될 것이고, 미국 엔데버는 현지 콘텐츠 거점이 될 겁니다. 참고로 CJ ENM도 KT스튜디오지니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해 9%가량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 긴밀한 혈맹을 구축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앞으로 양사가 만들어갈 성과에 따라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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