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국내 증시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폴란드에서 터진 ‘K-방산’ 잭팟이었다. FA-50 경공격기, K2 전차, K-9 자주포 등으로 구성된 역대급 수출 성과가 공식 발표되면서 한국항공우주,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관련 주들이 급등했다.
특히 관심사는 현대로템이 만드는 한국산 ‘K2 전차(탱크)’다.
폴란드는 그동안 미국의 에이브럼스 장갑차와 전통적인 전차 강국 독일이 제작하는 ‘레오파드’ 전차를 수입해 왔으나 이번에 K2 전차를 도입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세계 방산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K2 전차가 세계 3대 전차 브랜드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폴란드 군 당국이 외신에 밝힌 ‘K2 전차’의 도입 배경이다.
지난 28일 미 CNN은 최대 25조원에 달하는 폴란드의 K-방산 수입 소식을 전하면서, 폴란드측이 K2 전차를 채택한 배경으로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 완벽하게 검증된 무기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러-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2개월여가 지난 지난 5월, 폴란드 국방장관 일행은 한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시 폴란드측은 연내에 당장 실전 투입할 수 있는 ‘검증된 장비’를 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전개 상황에 따라 폴란드도 침공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폴란드 군당국은 동부 전선에 적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가 한국과 유사한 안보 상황에 직면해있는 국가임에 주목했다고 CNN은 전했다.
폴란드측은 "한국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거친 도전을 받아왔고, K2탱크는 그것에 철저하게 대응하기위해 만든 무기이기 때문에 의심할 바 없이 검증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물론 폴란드측이 외신에 밝힌 K2 전차 도입 배경을 100%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K2 전차’의 도입 금액, 폴란드형 전차 조립 및 기술이전 조건 등과 관련해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내용들도 이번 구매를 결정하는 데 종합적으로 고려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과 대치중인 한국의 방산 장비’들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점은 흥미롭다. 북한과 같은 ‘거친 상대’를 억제하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한국산 무기의 성능에 대한 프리미엄을 인정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편 CNN은 이번 폴란드의 K2 전차 도입과 관련, 일부 국방 전문가들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의 인터뷰에 응한 한 군사전문가는 “물론 K2가 나쁜 탱크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독일의 레오파드2가 전장체계 등에서 다소 앞선다”고 말했다.
또한 K2전차는 주요 하드웨어를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거리가 먼 유럽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공급망 문제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했다.
이와함께 CNN은 한국이 군사동맹체제인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폴란드에 무기를 수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도 불편해 질 가능성도 예상했다.
아울러 NATO 수출을 계기로 미국과 NATO가 러시아 제재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수도 있는데 이는 한국에겐 또 다른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방산 수출 확대에 따른 이같은 미묘한 국제 정세의 변화는 앞으로 우리 정부가 지혜롭게 헤쳐나가야할 과제다.
한편 지난 29일 마감된 코스피 시장에서 K2 전차를 생산하는 현대로템은 ‘폴란드 잭팟’ 효과가 이어지며 전일대비 6.41% 급등한 2만6550원으로 마감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 매수로 연중 최고치를 돌파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7일(현지 시각) 바르샤바에서 폴란드 군비청과 K2 전차 긴급소요 및 폴란드형 K2 전차 1000대 물량 등에 대한 ‘기본계약’을 공식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후 ‘실행계약’을 통해 1·2차 인도분에 대한 각각의 납기, 상세사양, 교육훈련, 유지보수 조건 등 세부 사항이 명기될 예정이다.
계약에 따라 일차적으로 국내 생산 K2 전차 긴급 소요분을 폴란드에 공급하고, 이후에는 폴란드 현지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과 국내 생산 물량이 최종 인도될 계획이다. 2차 물량부터는 폴란드 군사 체계에 표준화되고 추가 사양이 들어간 ‘폴란드형 K2’ 전차가 현지에서 양산된다.
앞서 폴란드는 지난 5월 현대로템 창원공장에 직접 K2 전차 실사를 벌였으며, 6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Polska Grupa Zbrojeniowa S.A.)은 현대로템과 프랑스 국제 방산 전시회 ‘2022 유로사토리’에서 전차·장갑차 공동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