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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발란, '스마트 미러'로 MZ명품족 마음 잡을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명품 커머스 발란이 오프라인 상설매장 ‘커넥티드 스토어’를 통해 성장통 극복 발판을 마련한다. 발란은 출시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다 올해 초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홍역을 겪은 바 있다. 논란 이후 발란은 대응책 마련과 함께 지난 5월 오프라인 매장 착공에 돌입하며 분위기 쇄신에 힘을 쏟았다.

발란은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 커넥티드 스토어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몰에 열었다고 29일 밝혔다. 발란은 커넥티드 스토어를 통해 온오프라인연계(O2O) 마케팅을 강화하고, 이용자 소비경험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지난 28일, 기자가 직접 커넥티드 스토어에 방문해봤다.

◆ ‘도심 속 휴양지’ 주제로 3040 MZ명품족 겨냥=발란은 ‘도심 속 휴양지 같은 명품샵’을 주제로 커넥티드 스토어를 기획했다. 매장 쇼윈도엔 휴양지 패션 상품이 전시돼 있었다. 기둥에도 해안가를 연상케 하는 그래픽이 새겨져 있었다.

기자는 매장 입구 키오스크로 예약 후 직원 안내를 받아 입장했다. 커넥티드 스토어는 제품 특징에 따라 ▲로고매니아 ▲트렌드럭셔리 ▲스포티앤리치 ▲메종가 이렇게 4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었다.

‘로고매니아’는 개성을 중시하는 방문자를 위한 공간이었다. 이곳엔 주로 브랜드별 한정판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진열장 또한 다른 진열장과 달리 은색 강철 소재로 제작됐으며, 주변엔 네온사인 전광판이 시선을 끌고 있었다.

‘트렌드앤럭셔리’ 구역은 아미, 메종키츠네 등 2030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명품브랜드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열돼 있었다.

매장 중간 마련된 ‘스포티앤리치’엔 골프웨어 제품이 비치돼 있었다. 골프를 즐기는 MZ세대가 많아짐에 따라 골프웨어 수요 또한 늘고 있는 상황. 골프웨어 수요에도 발맞춤 하려 노력한 듯 보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구석에 위치한 ‘메종가’ 구역엔 프라다, 구찌,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등 브랜드가 진열돼 있었다. 이곳엔 벽난로 모형 진열장이 설치돼 있었다. 벽난로 진열장 뒤로는 불타는 화로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는데, 매장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해당 디자인은 과감한 소비문화를 일컫는 ‘플렉스(FLEX)’를 상징한다.

◆ 카드X 현금X 상품 확인부터 결제까지 모두 온라인으로=발란은 온라인 쇼핑이 가지는 장점을 커넥티드 스토어에 연결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이 때문에 커넥티드 스토어에 방문할 때는 카드나 현금을 들고 갈 필요가 없다. 상품 설명부터 결제까지 모든 과정은 발란 앱과 모바일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 가능했다.

모든 상품엔 QR코드가 부착돼 있었다. 핸드폰 카메라를 통해 QR코드를 인식하면 기존 발란 앱과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던 ▲상품정보 ▲재고상황 ▲인공지능(AI) 기반 추천상품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상품 결제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진행 가능하다는 것이다. 매장엔 계산대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발란 모바일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었다.

커넥티드 스토어엔 ‘스마트 미러 피팅룸’이 설치돼 있었다. 매장 안쪽 은색 쿠션으로 둘러싸인 구조물이 바로 스마트 미러 피팅룸이다. 왜 ‘스마트’ 미러 피팅룸인가? 피팅룸 내부에 들어가 보니 이해가 됐다. 피팅룸 거울엔 터치 디스플레이가 내장된 스마트 미러가 있었다.

이를 통해 피팅룸 안에서도 해당 제품 사이즈와 색깔, 재고상황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조회 가능했다. 직원 호출 버튼도 있어 추가적으로 시착용하고 싶은 상품을 전달받을 수도 있었다.

스마트 피팅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정을 거쳐야 했다. 먼저, 휴대폰에 발란앱을 설치해야 한다. 모바일 홈페이지로는 스마트 미러 피팅룸 이용이 불가했다. 각 상품에 부착된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인식해 구매페이지에 진입한 뒤, 화면 좌측 하단 옷걸이 모양 버튼을 눌러준다. 이후 매장 직원에게 문의하면, 스마트 미러 피팅룸 입장이 가능했다.

스마트 미러엔 MZ세대 사이 유행하는 ‘인증문화’를 겨냥한 ‘인증샷 모드’도 준비돼 있다. 이를 통해 피팅룸에서 상품을 시착용한 뒤 마음 껏 인증샷을 찍을 수 있었다. 스마트 미러 피팅룸 이용시간은 1인당 30분이며 5분 연장 가능하다.

매장 관계자는 “QR코드와 스마트 미러 피팅룸 등 리테일 테크(Retail+Technology)를 전격 도입했다”며 “단순한 오프라인 상설 매장이라기보다 방문자 경험 확대에 초점을 두고 커넥티드 스토어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 합리적 소비자를 위한 명품매장? 아쉬운 O2O=상설 매장에서 옷을 시착용해 보고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구매해본 소비자라면, 커넥티드 스토어 O2O가 장점으로 느껴질 것이다. 매장에서도 온라인 가격 그대로 구매 가능하기 때문이다.

잘 꾸며진 스마트 미러 피팅룸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인증샷 명소로 이름을 날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거울을 보는 것과 동시에 상품 정보들을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색다른 소비 경험이 될 것이다.

다만, QR코드 외 온오프라인 연계 지점을 다양하게 구상하지는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QR코드조차 대부분 이커머스 스토어가 오프라인 진출 때 사용해온 방식이기 때문에 차별화 전략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게다가 핸드폰을 통해야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발란을 모르고 매장에 진입한 워크인(Walk-in) 방문자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발란이 강조하며 내세운 스마트 미러 피팅룸 또한 앱 설치 유도 마케팅에 가까웠다. 스마트 미러 피팅룸을 이용하기 위한 앱 설치, 회원가입, 각 상품 별 QR코드 인식 등 일련 과정은 번거롭게 느껴졌다. 매장 관계자 말대로 커넥티드 스토어 개소 목적이 ‘소비 경험 확대’에 있다면, 사전 준비 과정 없이도 스마트 미러 피팅룸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스마트 미러 실용성에도 의문이 들었다. 재고상황, 사이즈, 색깔은 굳이 스마트 미러를 통하지 않더라도 앱과 모바일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MZ세대 인증문화를 겨냥해 만든 스마트 미러 속 인증샷 모드 또한 방문자가 스스로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지 않는다면 온오프라인 연계라고 부르기 어려운 지점이다.

그럼에도 커넥티드 스토어 개소는 발란에게 의미가 있다. 발란은 올해 초 ‘개인정보 유출’, ‘과도 반환비 논란’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에 발란은 ▲SK쉴더스 보안컨설팅 진행 ▲반환비 상한제도 개설 등 대응책을 내놨다.

발란의 올해 상반기 총 거래액(GMV)은 3812억원. 작년 동기 대비 5배 증가한 수치다. 월간활성이용자(MAU) 또한 지난해 대비 430만명 증가했고, 현재 60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GMV와 MAU 꾸준한 성장세에 더해 이번 커넥티드 스토어를 개소함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완성하는 모양새다.

발란 관계자는 “올해 초 있었던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차근차근 대응해 나가는 중”이라며 “커넥티드 매장 오픈을 통해 많은 이용자가 다채롭고 새로운 소비 경험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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