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테라사태로부터 촉발된 가상자산업계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대형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캐피털(3AC)은 빌린 가상자산을 갚지 못해 결국 최근 파산했다. 코로나19로 넘치는 유동성을 발판으로 성장했던 가상자산 업계가 위기에 처하자 일각에서는 '결국 그럴 줄 알았다'라는 의견이 눈에 들어온다.
주식보다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시장에서 이름있는 대형 업체들이 속속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 가상자산 시장이 터무니없는 허영을 먹고 일부 사람들 배만 불려준다는 비판도 일견 타당한 면이 있다. 실제로 시가총액 50조원을 오가던, 그것도 세계적으로 촉망받던 테라 프로젝트가 순식간에 모래 위에 쌓은 탑처럼 무너졌다. 금리인상이라는 파도가 허물고 지나간 그 자리에 남은 건 탑을 함께 쌓아온 투자자들의 분노와 공허함이었다. 3AC와 같은 대형 가상자산 투자업체 파산은 그야말로 전반적인 가상자산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3AC에 대출해준 보이저와 같은 업체들의 줄도산까지 예측하는 분위기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각 분야 유명인들은 가상자산 시장의 미래를 정반대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시장 불안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혹은 이대로 시장이 일장춘몽이 되진 않을지에 대해 갖가지 다른 생각이 오간다. 이 말은 거꾸로 누구도 정확히 해당 시장 미래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변하지 않는 사실은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자산시장이 겪는 현재 위기는 다른 새로운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블록체인이 아닌 예컨대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진 새로운 신산업 시장에서도 동일한 현상은 반복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는 것이다. 인류는 서로 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와 법이라는 공통기준의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며 진보해왔다. 인간 실수를 최소화하고, 반복하지 않기 위해 또는 예기치 못한 위험을 대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가상자산이라는 신시장을 바라보는 데도 이는 적용가능하다. 비록 웹3.0 시대를 열어줄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을 두고 존재 가치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것도 맞다. 하지만, 단순히 위험하기 때문에 시장을 없애 버려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위험성을 제거하는 방식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족벌정치와 왕정 등 수많은 과도기를 거쳐 제도를 다듬고 성숙시켜 민주정에 이른 것처럼 탈중앙화라는 새로운 가치를 통해 미래상을 제시하는 블록체인 시장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빠르게 무너지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속절없이 피해를 고스란히 보고 있는 투자자 보호와 애초에 리스크가 큰 디파이 상품을 구성하거나, 투자할 때 최소한 최악의 경우의 수를 계산하게끔 만드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각국에서도 효율적인 시장 규제를 위해 기치를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과 '가상자산리스크 협의회'를 구성하고 지난달 28일 첫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 국내 정부는 빠르면 오는 2023년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안을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업권법의 조속한 법제화를 통해 투자자 보호와 가상자산 시장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한다. 모래도 바람과 물 그리고 빛이 있어 단단하게 굳혀지듯, 가상자산 시장도 제도를 통해 서서히 단단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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