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제품 지름 46mm 확정…높이 80mm 전후 조율 중 - 국내 파일럿라인 이어 말레이시아 생산라인 마련할 듯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경쟁사 대비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온 삼성SDI가 배터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통해 대형 고객사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충남 천안사업장에 지름 46밀리미터(mm) 원통형 배터리 파일럿라인을 구축 중이다. 이르면 3분기부터 제조설비 반입 예정이다.
그동안 삼성SDI는 전기차용으로 각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해왔다. 볼보와 리비안 등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기는 했으나 물량이 많지는 않았다. 원통형은 전동공구 등 정보기술(IT) 기기용 위주였다.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전기차 1위 테슬라를 시발점으로 신생 업체부터 기성 완성차업체까지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하자 삼성SDI도 사업 전략에 변화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기존 2170 원통형 배터리(지름 21mm·높이 70mm) 다음 버전을 개발 중이다. 차기작 지름은 46mm로 확정했다. 높이는 80mm 전후로 검토 중이다.
4680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가 설정한 차세대 배터리 규격이다. 앞서 테슬라는 4680 제품 장착 시 2170 대비 ▲용량 5배 ▲출력 6배 ▲주행거리 16% 향상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에 주요 협력사인 일본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은 4680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한창이다. 내년 상용화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SDI가 참전했다. 두 업체보다는 일정이 늦지만 한 번 표준이 바뀌면 수년 이상 유지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경쟁해볼 만하다는 계산에서다.
주요 고객사인 BMW가 원통형 배터리 적용을 공식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BMW는 중국 CATL와 원통형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BMW에 각형 배터리만 납품했다. 현재 삼성SDI는 BMW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높이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가 없었던 현대차와도 관련 이야기가 오갔다는 후문이다.
삼성SDI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샘플을 제작한 뒤 정식 라인 구축에 나선다. 국내 장비 협력사들은 일정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생산라인은 기존 사업장이 위치한 말레이시아 세렘반에 마련할 계획이다. 규모는 10기가와트시(GWh) 내외로 전해진다.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이 각각 일본 와카야마(10Gwh), 한국 오창(9GWh)에 설립하는 공장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2025년 전후부터 삼성SDI가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삼성SDI는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에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를 사용한다. 2024년부터는 니켈 함량 91%인 젠6 배터리를 상용화한다. 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생산 시점과 맞물린다. 파나소닉도 NCA,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를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