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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리브엠의 염가전략, 공정거래법 위반일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얼마 전 알뜰폰 사업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이하 알뜰폰협회)가 이런 성명을 냈습니다. ‘금융기관의 알뜰폰 사업 진출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죠. 직접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1호 금융사 알뜰폰인 KB국민은행의 ‘리브엠’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리브엠이 원가 이하 요금제로 출혈경쟁을 벌이면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죠.

리브엠의 염가 전략은 업계 안팎에서 지속적인 논란이 돼 왔습니다. 알뜰폰 요금의 원가라고 할 수 있는 망 도매대가보다도 낮은 요금제를 설계해 가입자들을 쓸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알뜰폰협회뿐만 아니라, 통신사 판매점주들이 모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리브엠의 이러한 판매 방식을 ‘불공정 영업’이라고 규정하며 리브엠이 시장에서 철수할 것을 수차례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리브엠은 정말 불공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일단 현행 공정거래법에선 불공정거래행위 중 하나로서 ‘자기의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함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 없이 그 공급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현저히 낮은 대가로 계속하여 공급함으로써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꼽고 있습니다. 물건을 지나치게 싸게 파는 것도 어떤 경우엔 위법이 될 수 있는 겁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리브엠이 정말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냐 하면 또 아닙니다. 사업자가 정당한 이유를 소명하면 계속적인 염매를 할지라도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해당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 언제든 신규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계속적인 염매를 통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형성할 가능성이 없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브엠이 그렇습니다.

알뜰폰 시장은 사업을 영위할 때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거나 거래비용이 지나치게 높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에 속합니다. 또 알뜰폰(MVNO)은 기본적으로 통신사(MNO)와 시장을 공유합니다. 통신사 가입자가 알뜰폰 가입자가 되기도 하고, 알뜰폰 가입자가 통신사로 이동하기도 하죠. 그러니 리브엠이 아무리 염매를 한다고 해도 통신사가 있는 한 어느 날 갑자기 독점적 사업자가 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리브엠의 판매 전략이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알뜰폰은 중소 사업자들이 많은 시장입니다. 대기업인 국민은행은 손해를 감수하고 원가 이하 요금제를 계속 팔 수도 있겠지만, 다른 중소업체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KMDA에 따르면 KB리브엠은 망 도매대가가 3만3000원인 요금제를 2년간 최저 2만2000원에 제공합니다. 비슷한 요금제를 4만9000원에 판매하는 중소업체들은 경쟁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통신사 자회사들의 경우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를 팔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그런 규제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애초에 규제 샌드박스 일환으로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돼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것이니 말이죠. 아이러니한 것은, ‘혁신금융’을 선보인다는 명분으로 탄생한 리브엠이 지금까지 염가 전략 외에 크게 보여준 것이 없다는 겁니다. 알뜰폰 업계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야 저렴한 요금제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리브엠도 그 덕에 30만 가입자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비대칭적인 경쟁 구조는 어느 정도 해소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비슷하게 경쟁할 수는 있어야 하니까요. 장기적으로는 그게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이 될 겁니다. 출혈경쟁과 치킨게임을 유도하는 것에서 한걸음 물러나 중소 사업자들과의 상생도 생각해볼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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