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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알뜰폰 진출 10년]② 리브엠 진출, 다시 격변

통신3사 자회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지 올해로 10년이다. 대형 통신사가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것은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정부 정책 목적과 이동통신 시장 확대라는 3사 사업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였지만, 동시에 많은 반발과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는 현재진행형으로, 최근에는 3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알뜰폰 진출 10년을 맞은 통신3사의 지난 명암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Liiv M)이 출범 3년을 맞았다. 리브엠이 지난 2년 동안 확보한 가입자는 약 30만명. 출범 당시 목표로 내세웠던 가입자 수인 100만명에 절반도 못 미쳤음에도 불구,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세워 알뜰폰 시장을 크게 흔들었다.

이런 리브엠을 적극 환영하는 소비자와 달리, 같이 경쟁하는 동종업계의 시선은 곱지않다. 도매대가 이하의 덤핑요금제와 과도한 사은품 제공 등으로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과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이 우선이냐, 소비자의 편익 증진이 중요하냐. 알뜰폰 시장이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이런 움직임을 조용히 반기는 이가 있다. 통신3사다.

◆인당 24만원 손해보고 장사하는 리브엠 “시장의 암묵적 동의 파괴”

중소 알뜰폰 업체에게 리브엠은 당연, 눈엣가시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리브엠을 중소 업체로서는 도저히 이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2019년 출범한 리브엠은 파격적인 알뜰폰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시장에 반향을 불러왔다. 계좌를 통해 급여·연금·관리비 등 자동이체 조건을 충족하거나 제휴카드를 이용할 경우 기존 LTE 및 5G 무제한 요금제 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예컨대 도매대가 3만3000원인 음성·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리브엠의 경우 24개월 간 최저 2만2000원에 제공한다. 가입자 1인당 최소 24만원 손해보는 장사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리브엠은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내놓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리브엠의 요금제에 반발한 것은 중소 알뜰폰 업체 뿐만이 아니다. 휴대폰대리점 등 중소 유통업체 역시 리브엠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피력해 왔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달 알뜰폰에 망을 임대하는 통신3사에 리브엠의 불공정경쟁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보냈다. 성명서에서 KMDA는 "중소 대리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리브엠과 경쟁하고 있다"며 "리브엠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한다면 이동통신 매장의 영업은 급격히 위축돼 이미 한계상황에 봉착한 수많은 영세 이동통신 대리점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KMDA는 ▲리브엠이 불공정 경쟁 행위를 중단하게 해줄 것 ▲통신 3사가 리브엠의 도매제공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행위를 중단할 것 ▲통신 3사 자회사 및 대기업 계열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을 중단할 것 ▲'도매대가 이하 요금설정 불가'를 도매대가 협정서에 반영할 것 등 4가지를 요구했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담합은 아니지만 시장엔 암묵적인 합의가 존재한다”며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받아야하는 적정가가 있다면, KB리브엠이 이 암묵적 동의를 파괴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의 새로운 경쟁자 리브엠, 반발 움직임이 반갑다

리브엠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통신3사에겐 이런 움직임이 반갑다. 특히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무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게 리브엠은 불편한 존재다.

SK텔레콤 역시 알뜰폰 자회사인 SK텔링크를 두고 있지만, 알뜰폰 시장이 커지는 것은 원치 않은 상황이다. SK텔링크로의 가입자 이탈이 지속되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알뜰폰 시장을 철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수년간 지켜온 ‘1위 사업자’라는 타이틀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도 SK텔레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2개의 알뜰폰 자회사를 두고있는 반면, 한 개의 자회사만을 운영 중인 SK텔레콤은 한개의 자회사만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알뜰폰 시장이 계속 커진다면 불리한 상황이다.

실제 알뜰폰 시장에서 SK텔링크의 점유율은 3사 중 꼴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SK텔링크 9.6% ▲KT계열 알뜰폰 자회사(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 19.3% ▲LG유플러스 계열 알뜰폰 자회사(미디어로그·LG헬로비전) 22.1%다.

SK텔레콤만큼은 아니지만, KT와 LG유플러스에게도 리브엠은 알뜰폰 시장의 경쟁자로서 견제 대상이다. 특히 다른 두 사업자보다 알뜰폰 사업에 공을 들여온 LG유플러스에게는 리브엠과 파이를 나눠야 하는 이 상황이 달갑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무선통신 시장에서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시장에서 대신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LG유플러스 알뜰폰 자회사의 합산 회선 수는 142만1094건으로, 3사의 자회사 중 가장 많다. 알뜰폰 가입자 수 역시 올 1분기 기준 전년동기 대비 42.8% 증가한 308만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다만 자회사 합계 점유율에 대해 규제가 이뤄지면 이후의 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의 합계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임에도 불구, 리브엠을 견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리브엠 긍정적 효과 고려해야…중소업체 지원 정책도 필요

전문가들은 리브엠이 알뜰폰 시장에 가져온 긍정적 효과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도 말한다. 실제 리브엠에 부정적인 업계와 달리,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다. 실제 리브엠은 지난해 하반기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소비자 종합체감만족도에서 전체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즉, 리브엠 퇴출 시 어느 사업자가 통신3사를 견제하는 동시에 시장 확대를 위한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리브엠은 중소 업체로 이뤄진 알뜰폰 시장에서 부족한 협상력과 자본력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또 “리브엠의 가입자 수가 전체 이동통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작 1%도 안 된다”며 “리브엠의 점유율을 고려했을 때 도매대가 이하로 요금제를 파는 것이 시장 경쟁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기업과 중소업체의 공존은 알뜰폰 시장에 남겨진 과제다. 알뜰폰을 이루는 대부분이 중소업체로, 골목시장에 가까운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업계가 충분히 리브엠의 진출을 골목상권 침투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중소기업이 대기업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두고 있지만 알뜰폰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리브엠에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등 (대기업이) 중소업체들하고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제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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