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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업계, 결국 법적대응 간다 …구독권 재판매 중단 요청에 ‘묵묵부답’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구독권 재판매 사이트인 페이센스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페이센스는 OTT 3사가 지난 10일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음에도 불구,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3사는 지난 17일까지 페이센스에 유예기간을 준 가운데 바로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확정됐다”라며 “현재 3사가 함께 페이센스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 단위 구독권 판매에 소비자는 '환호', 업계는 '분노'

페이센스는 OTT 구독권을 일 단위로 판매하는 사이트다. 최대 4인까지 이용 가능한 프리미엄 이용권을 여러 장 구매해 이를 일 단위로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구독권을 결제하면 페이센스는 해당 OTT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한다.

특히 이 사이트는 콘텐츠를 매일 보기 어렵다는 소비자의 불편함을 해소하면서 단시간에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가격도 저렴하다. 넷플릭스·웨이브·티빙·왓챠·디즈니플러스·라프텔 등 OTT 일 구독권의 가격은 400원에서 600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페이센스는 장기적으로, OTT 일 구독권을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남길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페이센스는 넷플릭스의 프리미엄 구독권을 일 단위로 6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프리미엄 구독권의 경우 최대 4명까지 계정 공유 가능한 사실을 감안하면, 페이센스는 한 개의 구독권으로 매일 최소 2400원의 이윤을 남길 수 있다. 이 계산대로라면 한 달 동안 벌어들이는 총 수익은, 원가(1만7000원)을 제외하고 5만5000원이다.

업계는 반면, 페이센스가 OTT업체에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구독권을 재판매한 점을 문제 삼았다. OTT업체들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수급해오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구독권을 허락없이 재판매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OTT업체들은 이용자 약관을 통해서도 이런 재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티빙·웨이브·왓챠 등 OTT 3사는 지난 10일 페이센스에 서비스 중지 공문을 발송했다. 페이센스가 서비스를 개시한 지 11일 만이다.

◆“콘텐츠에 무임승차”…OTT·콘텐츠업계, 법적대응 '준비'

OTT업계는 페이센스가 크게 세가지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다. 저작물 사용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되며, 구독권을 무단으로 사용해 OTT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 것은 부정경쟁 행위로 부정경제방지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 저작권법 위반과 관련해선 콘텐츠 제작업계 역시 페이센스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봐도 페이센스가 OTT의 콘텐츠에 무임승차한 것이 사실”이라며 “예컨대 콘텐츠 제작에 100억원을 투입한 OTT는 월 구독료를 받아 겨우 고용도 유지하고 저작권료 등 비용도 지불하고 있는데 페이센스는 콘텐츠와 서비스 그 어느 쪽에도 투자하지 않고 OTT 업체들이 이미 만든 자산에 올라타 중간에서 수익을 가로채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페이센스와 유사한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콘텐츠 생태계도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동의없는 구독권 재판매 행위가 증가하면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재원 확보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OTT 3사는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 콘텐츠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OTT 가운데 1위 사업자인 웨이브 역시 지난해 5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이 사이트는 콘텐츠를 무단으로 유통해 부당한 수익을 얻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OTT업계의 콘텐츠 투자 의지를 꺾을 수 있는 만큼 제재가 시급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일 구독권 자체는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리걸테크산업협의회장)는 "소비자가 페이센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OTT에 하루짜리 상품이 없기 때문"이라며 "OTT가 일 구독권을 게시한다면 페이센스와 같은 서비스는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OTT업계에서 일 구독권으로 OTT를 맛본 소비자들이 이후 월 구독자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업체에 손해를 끼친다고만 볼 순 없다"라며 "법적 대응 시 실태조사를 통해 피해를 입었다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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