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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알뜰폰 진출 10년]① 통신사들은 무엇을 남겼나

통신3사 자회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지 올해로 10년이다. 대형 통신사가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것은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정부 정책 목적과 이동통신 시장 확대라는 3사 사업 전략이 맞아떨어진 결과였지만, 동시에 많은 반발과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는 현재진행형으로, 최근에는 3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알뜰폰 진출 10년을 맞은 통신3사의 지난 명암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통신3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지 10년. 그동안 통신사들은 알뜰폰 시장에서 상반된 평가를 받아왔다. 알뜰폰 시장 활성화와 가계통신비 절감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전이해 시장을 잠식하고 출혈경쟁을 유발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통신3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원년은 지난 2012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해 6월 SK텔레콤 자회사 SK텔링크가 알뜰폰 선불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통신3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알뜰폰 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14년 7월 KT 계열사였던 당시 KTIS와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가 잇따라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통신3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처음부터 녹록지 않았다. 중소 알뜰폰 업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통신3사가 삼분하던 이동통신(MVNO)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알뜰폰(MVNO)인데, 이 시장에 다시 통신사들이 진입하는 것은 결국 또 다른 독과점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여서, 대형 통신사라 하더라도 진출을 막을 길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인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통신3사에 중소 알뜰폰 사업자 보호를 위한 등록요건을 부여하고 그 대신 알뜰폰 시장 진입을 사실상 허용해줬다.

이후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들은 ‘반값 요금제’ ‘맞춤 요금제’ 등으로 가입자들을 빠르게 늘려나갔다. SK텔링크는 서비스 첫 개시 7개월 만인 2013년 1월에 10만 가입자 시대를 열었고, 통신3사 자회사가 모두 시장에 진출한 2014년에는 알뜰폰 가입자가 458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2013년(249만명)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한 숫자다.

통신 자회사의 알뜰폰 진출은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절감으로도 이어졌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통신3사 알뜰폰 진출 이전인 2012년 2분기 기준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는 15만4000원으로 전년대비 9.3% 증가했지만, 이후 2015년 2분기에는 14만8000원으로 2년 전과 비교해 4.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서비스와 이미지 개선도 이뤄졌다. 중소 사업자 대비 고객센터 인프라와 A/S 등 안정적인 고객서비스가 이뤄지면서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와의 차별화 간극을 좁혔다. 당시에도 ‘저가폰’ ‘효도폰’ ‘수험폰’이라는 인식은 여전했지만, 규모가 큰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알뜰폰 초기 가입자들을 유입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

하지만 동시에 통신 자회사들이 막대한 자본력에 기반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를 싹쓸이하면서 시장 왜곡을 불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신사에 망을 빌려쓰는 알뜰폰 특성상 도매대가(원가) 자체가 통신사에 달려 있는 데다, 정작 통신 자회사들은 더 저렴한 요금제에 고가 사은품을 지급하는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이 통신 자회사로 몰리면 중소 알뜰폰 업체는 도산하고, 결국 알뜰폰 시장 독식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실제 올해 2월 기준 통신3사 자회사들(KT엠모바일·미디어로그·LG헬로비전·SK텔링크·KT스카이라이프)의 알뜰폰 시장 합산 점유율은 사물인터넷(IoT) 회선 제외 53.7%로 10년 만에 과반에 이르렀다.

정부는 2014년 통신3사에 부여한 등록조건을 통해 그 폐해를 막고자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미 ‘통신사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이 50%를 넘을 경우 영업을 제한’하는 등록조건을 부과한 바 있다. 다만 아직은 IoT 회선을 포함해 점유율을 산정하고 있어 등록조건에 해당하진 않는다. 정부는 이 IoT 회선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업계 의견은 분분하다. 통신 자회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기여한 바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기업의 점유율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신 자회사 이탈 가입자가 중소 알뜰폰보다 통신3사로 옮겨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오히려 알뜰폰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실정이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만약 대기업 계열 알뜰폰이 없다고 하면 알뜰폰 산업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할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사 과점체계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면 자금력 있는 대기업 진출을 오히려 유도해야 한다”면서 “그들이 만든 상생 방안을 중소업체가 향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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