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통신3사가 5G 중간요금제 검토를 본격화 하면서 알뜰폰 업계를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5G 중간요금제가 중저가 알뜰폰 시장과 겹치면서, 알뜰폰 가입자의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알뜰폰 업계는 그러나 당장 시장 충돌을 우려하진 않는 분위기다. 현 시점에서 알뜰폰 사업자들이 주력하는 요금제는 LTE 요금제여서 그렇다. 단순히 중간요금제 출시보다는 5G 도매제공 제한이 문제라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27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5G 중간요금제 출시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통신사들의 5G 요금제 다양화를 국민제안과제로 발표하면서다.
이는 곧 중저가 요금제 위주의 알뜰폰 시장 경쟁력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 알뜰폰 5G 가입자는 물론 LTE 가입자들도 통신사들의 5G 중간요금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현재 30GB 이하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중간요금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존 5G 요금제는 10GB 이하 100GB 이상 요금제들인데, SK텔레콤 기준 10GB를 제공하는 ‘5G 슬림’(월 5만5000원)과 110GB를 제공하는 ‘5GX 레귤러’(월6만9000원) 요금을 감안하면 5만원 후반~6만원 초반대 가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알뜰폰이 제공하는 5G 요금제(유심)를 보면 KT엠모바일은 프로모션가로 10GB 요금제를 3만8000원, 110GB 요금제를 4만75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헬로모바일도 12GB 요금제를 3만4900원, 150GB 요금제를 4만9900원에 제공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더라도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은 충분하다.
도매대가(원가)에 따라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어려운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경우 아예 5G보다는 LTE 요금제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중소 알뜰폰은 통신사들처럼 5G가 메인이 아니기 때문에 어차피 통신사 가입자가 약정 만료 후에 자연스럽게 알뜰폰으로 유입되는 효과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LTE 가입자의 5G 중간요금제로의 이탈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특히 중소 알뜰폰에 타격이 될 수 있다. 또한 통신사들이 5G 중간요금제를 고민하면서 대대적인 요금 개편을 할 경우 도매제공을 받는 알뜰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도 통신사들은 자신들의 비주력 요금 구간만 알뜰폰에 제공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는 그래서 추후 5G 경쟁력을 위해 5G 중간요금제 도매제공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애초에 중소 알뜰폰들이 5G 요금제를 주력으로 팔지 못하는 이유는 통신사들이 5G 도매제공을 제한적으로 하고 있고, 도매대가 자체도 높기 때문이다. 5G 중간요금제 역시 당장 알뜰폰에는 도매제공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알뜰폰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5G 중간요금제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고, 알뜰폰 입장에선 시장이 겹치지 않게 더 저렴한 요금을 낼 수 있다면 경쟁 자체는 어렵지 않다”면서 “중요한 것은 5G 중간요금제 출시와 함께 알뜰폰 사업자에도 얼마나 좋은 조건의 도매제공이 이뤄질 것이냐 논의가 이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통신사에 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하고 있는 알뜰폰 업체들은 도매제공 협상력 자체가 낮아 애당초 정부가 대신해 협상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하창직 알뜰통신사업자협회 사무국장은 “수익배분방식(RS)의 법제화가 어렵다면 행정적 고시에서라도 구체적으로 기준과 방법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