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5G 주파수 추가할당 계획을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LG유플러스는 웃었고 SK텔레콤과 KT는 그러지 못했다.
정부는 논란이 된 3.4~3.42㎓ 대역 20㎒ 폭을 먼저 공급하되, 인접대역을 가진 LG유플러스에는 5G 기지국 추가 투자와 농어촌 공동망 활용 등 조건을 부여하기로 했다. 주파수 추가할당을 통한 사업자간 경쟁 촉발과 5G 품질 제고를 염두에 뒀다는 설명이다.
통신3사 표정은 엇갈렸다. 인접대역을 가진 LG유플러스가 해당 대역을 가져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로서는 불만이 큰 분위기다. 막힌 벽이 뚫린 LG유플러스는 주파수 추가할당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 정부, 5G 주파수 추가할당 계획 발표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 신청에 따른 5G 주파수 3.4~3.42㎓ 대역 20㎒ 폭 추가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3.4~3.42㎓ 대역 20㎒ 폭을 경매 방식(동시오름+밀봉입찰)으로 추가할당하되 ▲최저경쟁가격은 1521억원으로 책정했다. 또한 할당받은 사업자는 ▲2025년 12월까지 5G 무선국(기지국)을 누적 15만국 설치하고 ▲농어촌 공동망 구축 완료 시점을 6개월 단축하며 ▲인접대역을 보유했을 경우 할당 주파수 활용에 앞서 신규 무선국 1.5만국을 구축(농어촌 공동망에서는 할당 즉시 활용 가능)하도록 했다.
◆ 추가할당 둘러싸고 통신3사 눈치싸움
앞서 과기정통부는 올해 1월 해당 대역에 대한 할당 계획을 발표했다가 잠정 연기한 바 있다. LG유플러스에만 유리한 불공정 할당이라며 SK텔레콤과 KT가 반발한 탓이다. LG유플러스는 할당 대역과 인접한 3.42~3.5㎓ 대역을 보유하고 있어 주파수 활용이 더 용이해서다. 이어 SK텔레콤은 3.7㎓ 이상 대역 추가할당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통신3사 모두 20㎒ 폭씩 받을 수 있도록 40㎒ 폭을 더 할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가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3.4~3.42㎓ 대역 20㎒ 폭의 위치 때문이다. 현재 5G 주파수는 SK텔레콤이 3.6~3.7㎓ 100㎒ 폭, KT가 3.5~3.6㎓ 100㎒ 폭, LG유플러스가 3.42~3.5㎓ 80㎒ 폭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할당될 3.4~3.42㎓ 대역은 LG유플러스가 보유한 대역과 바로 인접해 있다. 이 경우 LG유플러스는 특별한 추가 투자 없이 주파수를 바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대역과 대역간 거리가 멀기 때문에 서로 떨어진 주파수를 묶는 주파수집성기술(CA)이 필요하다.
SK텔레콤과 KT의 경우 3.4~3.42㎓ 대역을 쓰려면 시간과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아직 CA를 지원하는 단말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점도 장벽 중 하나다. 이들 사업자는 그래서 LG유플러스가 이 대역을 가져갈 경우에 대비해 주파수 사용 시기와 장소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LG유플러스가 수도권 일부 지역에 국산장비 대비 성능이 좋다고 알려진 외산장비 화웨이를 쓰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 LG유플러스가 주파수를 추가할당받을 경우 자칫 기존 5G 품질 격차가 뒤집힐 수 있다고 본 것이다.
◆ LGU+만 웃었나…SKT·KT는 ‘당혹’
정부 결론은 LG유플러스가 요청한 3.4~3.42㎓ 대역을 먼저 공급하고, SK텔레콤이 신청한 3.7㎓ 이상 대역은 검토를 더 이어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입장으로선 3.4~3.42㎓ 대역과 3.7㎓ 이상 대역을 같이 묶어 할당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 대상 주파수 추가할당은 정부가 견지해 온 주파수 공급 원칙과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또한 KT가 주장한 주파수 사용 시기와 장소를 제한하는 문제도 직접적인 조건 부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인접대역을 가진 사업자가 추가할당을 받을 경우 5G 기지국 1.5만국 추가 투자를 선행할 것을 조건으로 걸고, 대신 농어촌 공동망에 활용할 경우에는 주파수를 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접대역을 가진 사업자는 사실상 LG유플러스로, 5G 기지국 투자와 농어촌 공동망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건이다.
하지만 경쟁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정확히 시기나 장소를 한정한 조건을 부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가 신규 무선국 1.5만국을 구축해 수도권 등 핵심 경쟁 지역에 새 주파수를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무선국 1.5만국 구축은 통상 반년 이하로 통신업계에서 그리 오래 걸리는 작업도 아니다. KT가 정부 발표 이후 “수도권 지역의 신규 5G 장비 개발 및 구축 시점을 고려한 주파수 할당 조건이 부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낸 것도 그래서다.
이번 할당 계획으로 웃게 된 것은 사실상 LG유플러스다. 인접대역을 보유한 만큼, 경매를 진행하더라도 3.4~3.42㎓ 대역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건 조건도 예상보다 과도하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는 “정부의 할당 공고 일정에 맞춰 추가 주파수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 정부 기습 발표에 “의견수렴 부족”
정부는 “할당 준비가 된 주파수의 적기 공급을 통해 통신사 간 품질 경쟁과 통신 시장 전체의 경쟁적인 네트워크 투자 유발도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주파수 할당은 정부의 주파수 공급이 민간 5G 투자를 촉진해 대국민 5G 서비스 편익을 증진하고자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향후 동 주파수 공급이 완료되면 이를 할당받은 사업자의 5G 대국민 서비스 속도는 상당 수준 향상되고 농어촌 지역 5G 장비투자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쟁사들 사이에선 정부가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지 않았다며 성토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SK텔레콤은 공식 입장을 통해 “지난 2월 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3사 CEO 간담회에서 논의된 주파수 추가 할당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 조율 과정이 생략된 채 할당방안이 갑작스럽게 발표된 점은 유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주파수 추가할당 계획이) 급작스럽게 발표된 건 아니며, 사실 작년 7월부터 수십 차례 논의가 진행되어 왔고 그동안 공청회나 통신3사 CEO 간담회를 통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투자가 굉장히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계속 미루는 것보다는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