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매출 기준 국내 4위 사이버보안 기업 윈스가 매각설의 중심에 섰다. 인수 기업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국내 2위 방산기업 LIG넥스원이다.
최근 국내 보안업계에서는 윈스가 최근 기업 매각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윈스의 대주주인 금양통신, 김대연 전 윈스 대표, 김을재 금양통신 대표 등 최대주주 관계자의 지분이 매각될 것이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4000억원 규모의 거래가 되리라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매각설에 대해 윈스 측은 강하게 부인 중이다. 윈스 관계자는 “업계에 소문이 많이 퍼진 것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인 데다 진행 중인 사항이 없다. 사실무근”이라며 소문 확산을 경계했다.
◆인수자로 떠오른 LIG넥스원··· 이유 있나?
윈스의 매각설이 돈 이후 여러 기업이 이름이 물망에 올랐다가 사라졌다. 이 중 가장 유력하게 언급 되는 기업은 LIG넥스원이다. 두 기업의 연결고리에는 ‘강성부 펀드’라 불리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그 중심에 있다.
KCGI는 작년 10월경 LIG넥스원 지분 8.6%를 교환할 수 있는 1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에 투자했다. 이어 올초에는 지주사인 LIG에도 1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LIG그룹과의 관계를 강화했다. 증권가에서는 양사가 협력해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LIG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 중인 KCGI는 작년 12월 윈스의 2대 주주로 올랐다.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 씨이피시큐리티홀딩스 등이 보유한 주식, 전환사채권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400억원가량을 투입해 지분 17.07%를 확보했다.
KCGI와 LIG넥스원은 유사한 방식으로 기업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2020년 이노와이어리스다. KCGI가 이노와이어리스 지분 및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LIG넥스원도 일부 참여했고, 이후 11월 LIG넥스원이 KCGI가 보유 중인 이노와이어리스 지분을 추가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윈스 역시 이노와이어리스와 유사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인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매각설은 작년부터 제기돼 왔고, 최근 그 덩치를 키웠다.
◆방산-사이버보안, 시너지 날까
만약 인수가 현실화 될 경우 어떤 시너지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LIG넥스원이 이노와이어리스 인수를 바탕으로 민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함이라는 해석, 사이버전에 대한 대응의 일환이라는 해석 등 의견이 분분하다.
군사와 사이버보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사이버전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사이버공격을 통한 네트워크 마비를 시도했다. 물리 공간과 사이버 공간에서 전쟁이 병행되는 ‘하이브리드 전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실제 글로벌 방산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또는 글로벌 사이버보안 기업과 협력함으로써 사이버전 역량을 강화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의 최대 방산기업 탈레스(Thales)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2000년 탈레스그룹과 합작해 삼성탈레스를 출범해 익숙한 기업이다. 삼성탈레스는 이후 기업 매각을 거쳐 현재의 한화시스템이 됐다.
다만 윈스가 침입방지시스템(IPS)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보안장비 판매에 강점을 둔 기업이라는 점에서 사이버전 역량 확보라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는 주장도 있다. 탈레스의 경우 데이터 보호를 위한 암호화에 특장점을 두고 있다.
LIG넥스원과는 별개로, 윈스의 네트워크 보안 제품 및 기술이 네트워크 시험·계측장비를 개발·생산하는 이노와이어리스와 발을 맞추기 위함이라는 관측도 있다. 윈스와 이노와이어리스 모두 해외 수출을 하며 경쟁력 보이고 있어 시너지가 나리라는 전망이다.
또한 윈스의 경우 지난 몇 년간 꾸준하게 실적을 키워온 만큼 인수하더라도 손해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작년 윈스는 매출액 964억원, 영업이익 209억원으로 영업이익률 21.7%를 기록했다. 실적에 비해 주가는 지지부진해 주가수익비율(PER)은 10.75배가량이다. 안랩 59.79배, 이글루코퍼레이션 17.08배, 파수 19.47배 등 동종업계 기업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낮다.
◆실제 인수 이뤄질까? 아직은 ‘글쎄’
업계에서는 윈스의 매각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실제 매각이 이뤄질지는 불분명하다. 윈스는 과거에도 수차례 인수·매각설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실제 여러 차례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그럼에도 다시 매각설에 힘이 실리는 것은 윈스 김보연 대표의 은둔 행보가 일정 부분을 차지한다.
올해 2월 윈스는 지난 22년간 기업을 이끌어온 김대연 전 대표에서 김보연 신임 대표로 수장을 교체했다. 김보연 대표는 윈스의 최대주주인 금양통신 김을재 회장의 아들이다. 김대연 전 대표는 김을재 회장의 조카이자 김보연 대표의 사촌 형이다. 2월 지휘봉을 잡은 김보연 대표는 취임 이후 100여일이 지나도록 공식 선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매각설과 함께 김보연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추측도 무성하다.
또 과거 윈스가 기업 매각을 검토했다는 것은 사실로 알려진 만큼, 기회가 있을 때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윈스는 6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한다. 정관 일부 변경과 함께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에 대해 논의될 것으로 예고됐다. 일각에서는 매각설과 맞물려 이 시기 내 새로운 소식이 나올 것으로 추정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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