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생태계가 확장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전후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협력사와 협업을 강화한 영향이다. 그동안 기술장벽이 높아 일본과 미국 업체 비중이 높았던 전공정 분야 진출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일본 기업 의존도가 높았던 전공정 장비 일부를 국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은 통상 8대 공정으로 나눈다. '웨이퍼 제조→산화→포토→식각→박막·증착→금속·배선→테스트→패키징' 순이다. 전공정은 웨이퍼 제조부터 금속 배선까지를 일컫는다.
국내 협력사 전공정 장비는 특히 식각과 박막·증착 공급선 다변화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대부분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 한쪽과 거래를 시작했지만 양사 모두를 고객사로 유치한 곳도 나왔다.
식각은 동판화와 비슷한 원리다. 웨이퍼에 구현한 반도체 회로 외 필요없는 부분을 벗겨내거나 전기적 연결을 위한 구멍을 내는 공정이다. 일본 도쿄일렉트론(TEL)과 미국 램리서치 등이 강세인 분야다.
세메스는 낸드플래시 식각 장비를 공급 중이다. 5세대 96단 낸드부터 시작 7세대 176단까지 거래했다. 테스는 건식식각장비(GPE) 사업을 하고 있다. 불화수소 가스를 이용한다. 미세공정에 유용하다. 메모리뿐 아니라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까지 노리고 있다. 에이피티씨는 메탈 레이어 식각 장비를 납품했다. 낸드 제조에 사용한다. 피에스케이는 경사면 식각 장비(베벨에처)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웨이퍼의 둥근 가장 자리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한다.
박막·증착은 웨이퍼 위에 박막을 형성하고 전기적 특성을 갖게 만드는 공정이다. 박막은 반도체 회로 간 구분과 연결, 보호 역할을 담당한다. 박막에 분자나 원자 단위 물질을 입혀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는 것이 증착이다. 일본 고쿠사이 TEL 미국 어플라이어드머티리얼즈 등이 주도하고 있다.
원익IPS는 화학기상증착(CVD) 장비를 납품했다. 유진테크는 원자층증착(ALD) 장비 판매를 본격화했다. 각각 박막 형성 과정에 쓴다. 테스는 저유전율(Low-K) CVD 장비에 도전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장비 업체의 신제품 개발 성과와 공급망 다변화를 원하는 고객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내재화가 이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에 후공정 설비는 국내 업체가 진입한 사례가 꽤 있었으나 전공정은 드물었다. 앞단 장비가 내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련의 과정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